에너지·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 탄소배출권 가격, 금리 등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지표가 내년까지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기업들이 '5중고'를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증권사 리서치 센터장 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유가는 내년 1분기에 올해 1월(배럴당 47.62달러)보다 94.7% 오른 배럴당 92.71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3일 밝혔다.
천연가스도 올해 초 MMbtu(열량 단위) 당 2.58달러에서 지속해서 올라 내년 1분기에는 약 2.5배 수준인 6.31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달 CNBC 보도에 따르면 11월분 인도분 천연가스는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계약은 현재 MMBtu 당 약 $5.63에 거래되며 이는 연초 가격의 두 배 이상 뛰었다.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구리의 경우 올해 초 톤당 7919달러에서 내년 상반기 안에 47.3% 오른 1만 1663달러, 알루미늄은 톤당 1922달러에서 68.5% 오른 3238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달 마이닝 테크놀로지(Mining Technology)에 따르면 10월 구리 가격이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인도분 구리 선물은 이전 손실을 회복하며 4.0% 상승한 $4.499/lb에 거래했다.
구리 가격 반등은 중국의 부동산 부채에 따른 단기적 우려와 전력 위기 등 영향으로 구리 가격이 치솟았다는 해석이다.
해운 물류비는 올해 4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내년에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2870포인트) 대비 66.3% 상승하며 올해 4분기에 최고점(4773포인트)을 찍을 것으로 관측됐다.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도 올해 초(1347포인트)보다 298.7% 상승한 5371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전경련은 탄소배출권인 KAU21(2021년 할당 배출권)의 가격도 올해 연초 톤당 2만 3000원에서 내년 하반기 3만 6438원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KAU21의 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3만 400원으로 지난 6월 최저점(1만 1550원)을 찍은 뒤 163.2%나 급등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에너지, 원자재, 물류비, 탄소배출권, 금리 상승은 기업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라며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업의 고통을 완화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 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더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석탄 및 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천연가스 아시아 현물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거의 1000%나 폭증했다.
다른 연료의 부족으로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가가 치솟았다. 에너지 비용이 급증함녀서 전 세계적 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했다. 예상치 못한 수요 반등에 공급 정체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우려도 커진다.
유럽 지역에서 에너지 비용이 17.4% 오르면서 9월 인플레이션이 3.4% p까지 올랐다.
골드만 삭스 경제학자들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비용이 미국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9월 2.15% p 였으며 올해 말까지는 2.5% p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학자는 예산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예상보다 연료 비용 상승에 따라 소비가 더 많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임스 해밀턴(James Hamilton) 교수는 "오일 쇼크를 연구한 결과 에너지 실질 가격이 20% 상승하면 소비자 신뢰 지수가 15p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 분석가는 비싼 에너지 가격이 미국 소비 성장률을 올해 0.4% p, 2022년에는 0.5% p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