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당국의 압박에 결국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를 하기로 했다. 대신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디디추싱 같은 대형 기업이 뉴욕증시에 상장하고 나서 반 년도 안 돼 스스로 상장을 폐지하는 것은 처음이다.
작년 11월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주목받던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이 실행 직전 취소된 데 이어 디디추싱 뉴욕증시 상장 폐지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중국발 글로벌 자본시장 혼란 사태가 재연되게 됐다.
디디추싱은 3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즉시 뉴욕증시 상장 폐지 업무를 시작한다"며 "동시에 홍콩 상장 준비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디디추싱은 뉴욕증시 상장 폐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공개하지는 않았다.
디디추싱은 지난 6월 30일 뉴욕증시에 상장해 44억 달러(약 5조2000억원)를 조달했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그룹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였다.
디디추싱의 이번 결정은 뉴욕증시에 상장한지 반년도 채 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디디추싱이 당국의 압력에 밀려 상장폐지를 받아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25일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이 '민감한 데이터 유출 우려'를 이유로 디디추싱에 뉴욕증시 자진 상장폐지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디디추싱이 공공연한 경고에도 지난 6월 뉴욕증시 상장을 '강행'한 이후 중국 정부는 민감한 중국 내 데이터가 미국 등지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초강력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 직후 이 회사를 상대로 인터넷 안보 심사를 개시했고 디디추싱 관련 앱의 신규 다운로드도 금지했다.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 폐지로 미·중 경제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중국은 자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지 못하는 제도적 장애물을 겹겹이 설치하는 한편 확실한 통제권에 있는 홍콩이나 본토 증시 상장하도록 유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