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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사 화석연료 쓰는 기업 투자…연간 20억t 탄소 배출

미국 월가의 거대 금융사들이 탄소 배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결과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20억 t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민간 환경운동 단체 시에라클럽과 싱크탱크 미국 진보센터(CAP)는 '월가의 탄소 거품' 보고서를 통해 월가의 화석연료 투자가 지구의 미래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캐나다, 일본의 은행 중 화석 연료 관련 금융업 [자료=블룸버그 통신]
미국, 캐나다, 일본의 은행 중 화석 연료 관련 금융업 [자료=블룸버그 통신]

보고서는 미국의 8대 은행과 10대 자산운용사들의 자금 지원 결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약 20억 t으로 연간 4억3200만대의 승용차 배출량과 같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의 연간 배출량보다 불과 1% 정도 적은 양으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국제사회가 기후 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2048년까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8%가 줄어들 수 있다는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분석을 인용,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금융사들의 이런 행태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규모의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료=The Economist]
[자료=The Economist]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금융사들의 무책임한 투자행태가 위기로 이어진다면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처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사회 소수자들과 저소득자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화석연료 퇴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금융 시스템은 물론 미국 경제 전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면서 금융사들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행태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즉각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금융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녹색금융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바이든 행정부가 2050년까지 연방정부 차원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난주 내놓은 행정명령처럼 은행과 투자사들에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보공개가 시장위험을 줄이는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조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면서 신중한 규제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에라클럽의 벤 쿠싱은 월가의 유해한 화석연료 투자가 지구의 미래와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금융사들의 무책임한 투자에 대해 규제당국이 더는 눈 감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화력발전소 [무료이미지]

앞서 지난 6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금융업계의 약속에도 세계 최대 은행들이 화석 연료 산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의 데이터에 따르면 Wells Fargo(웰스 파고) 은행은 올해 화석 연료 취급 회사에 대한 신용 대출 금액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은행들은 2021년까지 화석 연료 회사들이 거의 2500억 달러의 채권을 발행하도록 지원했다.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재앙적 기후 변화를 피하기 위해 신규 가스와 석유에 대한 자금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IEA는 금융업계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도록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P 모건의 마리사 뷰캐넌(Marisa Buchanan)은 "세계는 여전히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을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객이 혁신 및 탈탄소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의 상업화에 필요한 자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기온 상승에 맞서 싸우는 데 동의하지만 수익성이 있는 화석 연료 관련 고객을 기피하는 주요 글로벌 은행은 거의 없다는 시각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는 세계 20대 경제대국의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들이 여전히 탄소 집약적 산업에 약 22조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가 회사는 이것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은행을 손실 위험에 빠뜨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업계가 자금 조달을 저탄소 경제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는지가 지구의 지구 온난화의 과열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HSBC Holdings Plc 노엘 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기술, 탄소 집약적인 산업 기반에서 새로운 기술, 탄소가 적게 배출되는 기술이나 탄소 중립적인 기술로 산업 기반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돕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