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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 올해 기후재난 피해액 1703억 달러 "최악은 허리케인 아이다"

올해 발생한 기후재난 피해액이 상위 10건만 합쳐도 총 1703억 달러(약 20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영국의 자선단체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는 '기후 붕괴의 해 2021년: 비용 계산' 보고서에서 올해 최악의 기후 재난으로는 650억 달러(약 77조원) 피해액을 남긴 허리케인 아이다를 꼽았다.

▲8월 허리케인 아이다 피해액 650억 달러

지난 8월 26일 발생한 4등급 허리케인 아이다는 미국 루이지애나 등 지역에 집중호우와 강풍을 뿌려 총 95명의 사망자를 냈다. 당시 최대 풍속은 시속 240㎞에 달했다.

미국 정전 집계 전문 사이트 ‘파워아웃티지(PowerOutage.us)’에 따르면 이날 밤 11시(동부시간 기준) 현재 루이지애나주에서 약 98만 가구, 미시시피주에서 약 2만9000가구 등 약 100만 가구가 단전을 겪었다.

특히 루이지애나주 최대 도시로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던 뉴올리언스는 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8개 송전선 모두 고장이 나면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있었다.

게다가 근해에 있는 석유생산시설은 모두 가동이 중단됐고 멕시코만에 접한 루이지애나, 미시시피주의 해상운수도 마비됐다.

허리케인[무료이미지]
[이미지:허리케인 피해]

▲7월 유럽 홍수, 430억 달러

7월 12∼18일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을 휩쓴 '유럽 홍수' 재난의 피해액이 430억 달러(약 51조원)로 그 뒤를 이었다. 사망자 수만 240명에 이르렀다. 정확한 이재민 수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정도였다.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보이고 있던 라인강 주변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저기압 베른트가 나타난 게 원인으로 꼽힌다.

한여름 낮 기온이 섭씨 20도인 라인강 주변으로 지중해와 남프랑스를 거쳐온 고온다습한 저기압 베른트가 유입되면서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는 분석이다.

보통 이 시기 유럽 북부는 보통 7월 평균 강수량이 87mm 정도인데 이날 독일 쾰른 주변에 내린 비의 양은 하루에 154mm를 기록했다.

유럽은 폭우가 덜하고 배수시설이 미비해 폭우로 인한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다.

▲ 텍사스 겨울 폭풍, 230억 달러

3번째로 피해액이 큰 기후 재난은 2월 2∼20일에 발생, 사망자 210명을 낸 미국 '텍사스 겨울 폭풍'으로, 피해액은 230억 달러(약 27조원)로 추산됐다.

미국 48개주 가운데 45개 주가 눈으로 덮였고 정전과 단수 등의 피해가 잇따른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남서부 텍사스의 경우 한파의 피해가 가장 컸다. 텍사스 지역 풍력발전기에 눈이 쌓이고 어는 등 가동이 중단되면서 410만 가구 이상이 전기가 끊겼다. 텍사스 아빌린에서는 정전으로 수도처리장 3곳의 가동이 중단돼 12만3000여 가구에 수도 공급이 차단됐다.

미국 기상청에 따르면 텍사스는 2월 평년 기온이 섭씨 6~9도였으나 이날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파는 차가운 극지방 소용돌이의 남하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북극 온난화로 인해 약화되면서, 찬 공기가 예년보다 남쪽으로 더 밀려 내려왔으며 찬공기가 남동부의 온화한 공기와 만나면서 급격한 온도 대비로 인해 겨울 폭풍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홍수 [무료이미지]
[이미지:홍수 피해]

▲중국 허난 홍수, 176억 달러

중국 허난(河南)에서 7월17∼31일에 발생한 홍수도 피해액이 176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2명에 이르렀고, 이재민 수는 무려 100만 명을 넘었다고 크리스천에이드는 밝혔다.

그밖에 11월 중순 캐나다 홍수(추산 피해액 75억 달러·약 9조원), 초봄인 4월에 불어닥친 프랑스 한파(56억 달러·약 6조6천억원), 5월 연이어 발생한 슈퍼 사이클론 타욱테(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와 야스(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 3월 호주 폭우(21억 달러·약 2조5000억원), 7월 중국을 강타한 태풍 인파(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 등이 큰 피해를 냈다고 크리스천에이드는 밝혔다.

크리스천에이드는 보험 손실액 등을 토대로 피해액을 집계했다. 실제 피해액은 더 클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런 방식으로 피해액을 계산하는 경우 자산 가격 차이 등으로 선진국의 피해가 실제보다 더 과도하게 추산될 가능성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 않아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크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도 기후 재난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크리스천에이드는 언급했다.

크리스천에이드는 보고서에서 "각국이 서둘러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런 재난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저자인 캔 크레이머 크리스천에이드 기후정책 대표는 블룸버그에 "기후변화의 비용이 올해를 뒤덮었다"며 "전 세계가 안전한 번영의 길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