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미군 8500명에 대해 유럽 배치 대비 명령을 내렸다.
유사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대응군 지원을 위한 것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유럽·발트해 지역에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맞물려 주목된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필요시 촉박한 통보에도 유럽에 배치될 수 있도록 미군 8천500명에 대비태세를 높이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나토가 필요로 할 경우 해당 미군 병력 대부분이 나토 신속대응군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명령을 받은 병력에는 전투여단과 병참부대, 의료·방공 지원, 첩보·감시·정찰부대 등이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커비 대변인은 배치 준비에 10일이 주어졌다면 이제는 5일이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유럽에 이미 주둔 중인 미군이 이동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인) 상호방위 조약 5조를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은 배치 명령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면서 미군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해 배치될 경우 우크라이나 주변 지역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오스틴 국방장관이 다른 비상사태에도 미군이 준비태세를 갖추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커비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에 집결시킨 병력을 철수시키기만 하면 쉽게 긴장 완화에 나설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현재 긴장완화에 나설 의도가 없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오스틴 장관의 이날 지시는 바이든 대통령이 수천 명의 미군 병력을 군함 및 항공기와 함께 동유럽과 발트해 지역 나토 동맹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하루 뒤에 이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고 나토 신속대응군이 가동될 경우 미군도 즉각 병력 파견에 나설 수 있도록 대기 명령이 떨어진 셈이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나토 역시 이날 동유럽에 주둔하는 나토군에 군함과 전투기를 추가로 보내 억지력과 방어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위기 사태와 관련해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군사 계획을 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나토 동쪽에 있는 국가들에 대한 지원 제공 옵션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설 경우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향후 통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정상 간 외교는 열려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례 없는 대가를 경고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추가적인 대화에 열려있다. 만약 그것이 건설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대화와 외교의 길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