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수도' 상하이 봉쇄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상하이 전체를 봉쇄한 지 4주 차에 들어간 현재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 삼각주 광역경제권은 심각한 물류 대란에 직면했다.
지방 정부의 엄격한 코로나19 통제 정책과 자의적인 규정 적용으로 인해 상하이를 오가는 트럭 운송이 크게 타격을 받아 이곳으로 상품 수송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WSJ이 인터뷰한 트럭 운전사들은 돈을 두 배로 준다고 해도 상하이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정보제공업체 '윈드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이번 주 초 상하이를 통과하는 일일 트럭 물동량은 봉쇄 전인 3월 말보다 70% 급감했다.
중국의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는 상하이에서 이용 가능한 트럭 댓수가 봉쇄 이후 40%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상하이와 저장성, 장쑤성을 아우르는 창장 삼각주는 거주 인구가 1억6천만명이 넘고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가량을 차지한다.
WSJ은 물류난으로 인해 이 지역 일부 공장은 물건을 만들어도 완제품을 공장 내에 쌓아두고, 다른 공장들은 원자재나 부품을 받지 못해 가동을 멈췄다고 전했다.
상하이와 그 주변을 둘러싼 물류난은 나아가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을 가중하고 미국의 상품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상하이항이 운영 중이지만 이곳으로 상품을 수송할 트럭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상품 수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물류업체 '유센 로직스틱스'는 지난 주말 처리한 화물량이 평소의 6%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유센 측은 제한된 트럭만 상하이로 들어올 수 있어 수출이 5월 중순까지는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박이 상하이항에서 물건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도 늘었다. 물류정보업체 '포카이츠'에 따르면 수입품을 싣고 상하이항으로 들어온 컨테이너선이 이곳에서 대기하는 기간은 평균 8.3일로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물류 전문가들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국제 물류가 정상화되는 데엔 수주에서 수달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다음 달 첫째 주 엄격한 봉쇄령이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7월은 돼야 상하이와 해외 간 물류가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이 물류 상황이 개선되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재개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그동안 이곳에 적체된 물량이 한 번에 전 세계로 쏟아져 나와 이를 일시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 연안 서부 항만 사용자 단체인 태평양해운협회(PMA: Pacific Maritime Association)는 벌써 중국 공장 가동 재개로 작년과 같은 미국의 공급망 혼란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서 회복해 상품 소비가 늘어나자 주요 항만이 심각한 '물류 대란'을 겪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문제 해결에 나설 정도였다.
PMA에 따르면 남부 캘리포니아 연안에 짐을 하역하지 못해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은 현재로서는 40여척에 그친다. 지난해 항만 적체가 한창일 때엔 대기 선박이 100척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