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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 제로 웨이스트 샵을 찾아서(3) - 덕분애(愛)

재경일보의 '제로 웨이스트 샵을 찾아서' 첫 보도 이후 '스마트서울맵'이 업데이트됐다. (☞관련기사)

에코스토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현재 오가닉 뷰티)에서는 제품 리필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제로 웨이스트 상점 테마 지도에서 빠졌다.

이번에는 에코스토어의 리필스테이션으로 나오는 곳들 중 서울 서초구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샵인 덕분애를 방문했다. SNS에서 잘 알려져 있는 곳인데, 결론적으로 에코스토어 제품 리필은 안 된다. 또 이달 중순 확장 이전을 앞두고 있다.

덕분애 매장
▲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출구 근처에 있는 진흥상가 209호 덕분애 매장. 이달 중순 이전을 앞두고 있다.
덕분애 매장
▲ 덕분애 매장 입구.

◆ 처음 왔을때 어디서부터 보면 좋을까

덕분애 매장에 들어서면 정면(우측) 리필스테이션과 좌측 친환경 생필품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덕분애 매장
▲ 덕분애 매장 내 모습.

리필스테이션은 자신이 가져온 제품을 담을 용기에 내용물만 담아가는 공간이다. 쉽게 말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만든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덕분애 리필스테이션
▲ 매장 우측 리필스테이션.

또한 그 옆에는 논플라스틱 제품, 생분해 재질 제품들이 모여있는 편집샵 형태의 제로 웨이스트 샵이 있다.

◆ 리필스테이션에서 에코스토어 제품도 리필할 수 있나

덕분애는 6개월 정도 전까지는 에코스토어의 세탁 세제를 취급했지만, 현재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매장 관계자는 "여기 말고도 에코스토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 굉장히 많다"며, 다른 제품들을 더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에코스토어 홈페이지 내 리필스테이션 목록에는 덕분애 매장이 남아있는데, 현재까지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덕분애 리필스테이션
▲ 리필스테이션 점검 중인 모습.

한편, 덕분애는 지난 2020년 매장을 오픈하면서 아로마티카 제품도 취급했었다.

하지만 화장품 리필 및 판매를 위해서는 화장품제조관리사 자격증이 필요해, 현재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거진 쓸(SSSSL)의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제로 웨이스트 샵 운영자들이 가장 판매를 희망하는 품목은 현재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리필용 화장품이다.

◆ 하루 30~40명 방문, 이달 중순 확장 이전

덕분애 매장은 환경에 대한 죄책감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특히 매출 수익의 일부를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과 미혼모 가정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덕분애를 찾는 손님은 하루에 30~40명 정도 된다. 호기심에 SNS를 통해 오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단골 고객이 많아, 매장 유지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덕분애 제로웨이스트 샵
▲ 매장 좌측 제로웨이스트 샵.

특히 현재 매장은 오는 12일 전까지만 운영하고, 14일 또는 16일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부근으로 확장 이전할 예정이다. 1층에서는 비건(vegan) 식당을, 2층에서는 현재와 같이 제로 웨이스트 샵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비건(vegan)은 육식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채식 주의자를 뜻한다. 건강이나 생명윤리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실천 방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 '비싸다'는 인식 여전…'제로 웨이스트' 인지도는 높아져

1년 4개월 동안 매장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비싸다'는 인식이라고 한다.

매장 관계자는 "제로 웨이스트 샵에 대해 모르고 들어오는 손님이 제품 가격이 비싼데 누가 와서 사느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며 "구조상 대량 생산이 안 되다보니 비쌀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제로 웨이스트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자의 경험에 공감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인터넷만 봐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잘 안 들린다는 것. 다만 그는 매장을 오픈했던 당시에 비해서는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1년 전 그때는 전혀 모르는 분들이 매우 많았다"며 "요즘에는 여러 매체에서 소개하기도 하고 많이 알려지면서 업체들도 생기고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귀찮음'이라고 답했다.

매장 관계자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해야 하는 행동들은 다 귀찮은 것들이다"며 "그 귀찮음을 참고 한 가지만 해도 환경을 위해 뭐라도 했다는 성취감이 생길 것이다"고 했다.

그는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편하게 생각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음료를 마실 때 개인 텀블러를 이용하기로 한다면, 1개월이든 1년이든 그만큼 쓰레기가 나오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집에서 재활용·리필용기 가져오는 손님들 보면 '뿌듯'

매장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 보람도 있다.

매장 관계자는 손님이 용기를 가져와서 직접 리필하는 것을 볼 때, 그리고 자원순환을 위해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갖다줄 때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또한 덕분애는 '재활용 방앗간'이라는 이름으로 멸균팩인 두유팩이나 우유 종이팩, 병뚜껑을 모으고 있다.

두유팩 수거함
▲ 두유팩 수거함.
우유팩 수거함
▲ 우유팩 수거함.
유리병
▲ 손님들의 기부로 모인 유리병들. 리필 용기가 필요한 경우 5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멸균팩은 10kg정도, 우유팩은 1000ml 기준으로 1200~1300장 정도 모인다고 한다. 입구 옆에 큰 박스 두 개가 있었는데, 매장 관계자는 무거워서 주민센터까지 차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또 병뚜껑은 색깔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덕분애는 병뚜껑을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업체와 협약을 맺고 이를 보내준다고 한다.

덕분애 재활용 방앗간
▲ 재활용 방앗간에 모인 플라스틱 뚜껑들.

◆ 제로 웨이스트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제품들

덕분애 매장 중심에는 제로웨이스트 스타터 키트가 있다. 대나무 칫솔과 고체치약, 휴대용 치실, 밀랍 랩, 손세정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덕분애 제로웨이스트 스타터 키트
▲ 제로웨이스트 스타터 키트.

매장 관계자는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분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아이템을 선정했다"며 "선물하기에도 좋다"고 했다.

고체 치약은 알맹이 형태로 되어 있고, 한 알을 씹고 칫솔질을 하면 된다. 치실은 생분해되는 제품이다.

덕분애 대나무 칫솔
▲ 대나무 칫솔과 칫솔꽂이, 칫솔통.
고체치약
▲ 고체치약.

음식을 보관할 때 많이 사용하는 비닐 랩 대신 여러번 쓸 수 있는 밀랍 랩을 활용하면 좋다. 코로나19로 손 소독이 필요할 때는 종이로 된 세정제를 사용할 수 있다.

스타터 키트 외에도 주방 용품이나 비누 종류도 선물용으로 관심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주방용품은 한 쪽 코너에 다 모여있다. 식기세척기가 인기지만 천연 수세미가 여전히 많이 판매된다고 한다.

덕분애 주방용품
▲ 주방용품 코너.

매장 관계자는 "일반 수세미는 쓰레기가 될 수 밖에 없고 미세 플라스틱도 들어있어 여러가지로 우려될 수 있다"며 "천연 수세미는 인체에 해를 끼치는 부분이 전혀 없고, 수세미가 워낙 소모품이다보니 구매로 많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비누인 샴푸도 눈길을 끈다. 메징 관계자는 "비누로 된 샴푸, 린스, 바디워시가 있다. 모두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 만든 제품들이다"며 "플라스틱 용기가 간편하지만 그만큼 대가가 따른다"고 했다.

덕분애 비누 제품
▲ 비누 제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