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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 제로 웨이스트 숍을 찾아서(2) - 아로마티카 제로스테이션

화장품 업체는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해 대부분 화장품 용기가 재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밝혀지면서 '예쁜 쓰레기' 논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하거나 재활용 및 리필 서비스를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아로마티카는 '지구의 날'인 작년 4월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제로스테이션'을 열었다.

아로마티카 제로스테이션
▲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로마티카 제로스테이션.

이곳의 특별한 점은 리필 숍 운영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자원 순환을 위한 고객 참여형 캠페인 '조인 더 서클(JOIN THE CIRCLE)'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캠페인은 단순히 공병 수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모은 플라스틱 자원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용기로 재탄생되는 자원 순환 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깨끗한 상태의 플라스틱이 단일 소재끼리 수거되는 합리적인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무한으로 순환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지난 1년간 제로스테이션에서는 1700여 명의 소비자가 총 600kg의 화장품을 리필했다. 특히 자체 환경 교육 프로그램인 '서클 투어(CIRCLE TOUR)'에는 243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아로마티카 제로스테이션에서 '잔재 쓰레기' 발생 원인과 지속 가능한 패키지 소재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애써 분류했지만 정작 재활용되지 못하는 '잔재 쓰레기' 없도록

소비자들이 분리배출한 쓰레기는 선별장으로 가는데, 재활용 가치가 있는 자원으로 분류되지 못하면 소각 또는 매립되는 잔재 쓰레기가 된다.

이에 제로스테이션은 '잔재 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패키지 개발과 소비자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제로스테이션은 아로마티카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브랜드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가장 먼저 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입구에는 분리 배출장이 설치돼 있다.

플라스틱 분리 배출장
▲ 아로마티카 제로스테이션 입구에 설치된 각종 플라스틱 분리 배출장.
플라스틱 분리 배출장
플라스틱 분리 배출장
플라스틱 분리 배출장

매장 관계자는 "신선하게 보시기도 하고 재미있게 보시는 부분인데, 이렇게 한 이유는 재활용에 있어서 두 가지의 원칙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원칙은 깨끗하게 배출하는 것, 그리고 단일 소재별로 배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을 한곳에 다 모아서 버리는데, 선별장에서는 큼직하고 누가 보더라도 단일 소재인 것들만 선별되고 나머지는 모두 잔재 쓰레기가 된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아름다움과 사용성을 추구하다 보니 단일 소재로 되어 있는 패키지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매장 관계자는 "분리배출행위 자체로 재활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재활용은 버렸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별장과 플레이크, 펠릿 과정을 거쳐서 다시 제품이 된 것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사용하는 소재와 용기를 볼 때 이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그리고 내가 버렸을 때 어디로 가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재활용 실천에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페트의 재활용 과정을 보면, 우선 모인 페트들은 플레이크(flake) 공장에서 라벨 분리와 세척, 분쇄 등을 거쳐 작은 조각이 된다.

병뚜껑으로 만든 PP 플레이크
▲ 병뚜껑으로 만든 PP 플레이크.

일반적으로 페트와 접착 라벨 등 이물질이 선별장에서 잘 분리되지 않다 보니 10개 이상의 공정을 거치고 많은 물과 자원들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분리가 잘 된다면 없어도 될 공정이 많다는 것이다.

공정을 거친 깨끗한 페트 플레이크는 펠릿(pellet) 공장으로 간다. 분쇄 상태의 플레이크를 고온에 녹여서 얇고 길게 뽑아낸 후에 칩 형태로 잘라주는 것이다. 어떤 병이든 만들기 쉽도록 원료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PCR(Post Consumer Recycled) 페트 용기가 나온다. PCR은 소비자들이 한 번 사용하고 버린 것을 재활용했다는 의미로, 매장에서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리사이클드 페트라고 표현한다.

◆ '플라스틱인데?'…결국 소각되는 일회용 패키지들

투명 페트 및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는 제품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일회용 패키지들
▲ 일회용 패키지들.

먼저 트라이탄 소재 젖병이나 텀블러, 반찬통 등이 있다. BPA(bisphenol A·환경호르몬) FREE 제품으로 많이 쓰이는데 소재 표기가 없고, 선별장에서는 투명 패트인 줄 알았다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화장품 용기에 많이 쓰이는 페트지(PET-G) 소재는 페트와 매우 유사하지만 결국 재활용을 방해한다고 한다.

페트지 소재 화장품 용기
▲ 페트지 소재 화장품 용기.

페트지는 페트에 글리콜(Glycol)이라는 성분을 덧입혀 소재의 강도와 유연성을 높인 것으로, 단일 소재의 페트가 아닌 플라스틱 복합소재(OTHER)다. 카페 테이크아웃 컵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페트에 페트지를 코팅한 것이다.

카페 테이크아웃 컵
▲ 카페 테이크아웃 컵.

과일이나 야채 트레이는 페트 소재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기체 및 수분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수코팅 과정을 거친다. 선별장에서는 코팅된 것을 확인하고 페트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과일 트레이
▲ 과일 트레이.
산(SAN) 소재 용기
▲ 산(SAN) 소재 용기.

화장품 용기들은 대부분 잔재 쓰레기로 분류된다. 여러 가지 소재의 코팅 등 후가공 작업 때문이다. 또한 튜브, 스프레이, 펌프, 쿠션 케이스는 다양한 소재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선별장에서는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선별하는데, 크기가 작으면 선별해 내기가 어렵다 보니 작은 플라스틱 용기들도 모두 버려진다고 한다.

◆ 지속 가능한 재활용의 실제

아로마티카는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 중 하나인 페트(PET)에 집중해서 용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100% 재활용 페트 원료를 가지고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용기를 모아 재활용하는 원형의 사이클을 계속 돌리는 방식이다.

제로스테이션에는 서클 존(Circle Zone)이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자원 순환 고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재활용의 실제를 접해볼 수 있다. 재활용 펠릿과 버진(Virgin) 펠릿을 비교할 수 있고, 아로마티카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100%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도 볼 수 있다.

재활용 펠릿
▲ 폐기한 페트로 만든 재활용 펠릿.
버진 펠릿
▲ 석유로 만든 버진 펠릿.

매장 관계자는 주택 주거 단지에서 투명 페트만 따로 분리배출한 마대자루가 선별장에서 쓰레기 더미에 던져져 섞여버리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깨끗하게 분리해서 재활용이 된다고 믿고 배출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탄스러울 수 있는 현실이다.

그는 "플라스틱이 쓰레기가 되지 않고 무한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페트를 직접 모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선별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플레이크 공장으로 이동해 깨끗한 품질의 원료로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아로마티카는 지난 2020년 2월 처음으로 50% 재활용 페트 용기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용기 옆에는 50% PCR PET라는 마크가 있다.

50% 재활용 페트 용기
▲ 50% 재활용 페트 용기.

회사 측은 50% 재활용 용기 적용 이후 제품의 안정성 여부 등 다양한 평가를 거쳐, 작년 10월부터는 100% 재활용 페트 용기를 적용 중이다.

100% PCR 마크와 함께 쉽게 떼어지는 라벨이라는 표시가 있다. 라벨은 접착면을 최소화한 워시오프(wash-off)로 한 번에 뗄 수 있어, 플레이크 공정에 도움이 될만한 요소다.

100% 재활용 페트 용기
▲ 100% 재활용 페트 용기.

아로마티카 하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떠올린다고 하는 헤어 라인의 경우 2020년 6월부터 100% 재활용 유색 페트 용기를 적용했었다가, 2021년부터 투명 페트로 전면 교체했다.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색 용기를 많이 기억하는데, 100% 재활용 페트인 것은 맞지만 유색이라는 맹점이 있었다"라며 "재활용 조건인 단일 소재에는 컬러도 포함이 된다. 투명 페트의 재활용에는 유색 페트가 방해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100% 재활용 유색 페트 용기와 투명 페트 용기
▲ 100% 재활용 유색 페트 용기와 투명 페트 용기.

이 용기는 원래 위에 펌프가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복합 소재다 보니 PP 재질 캡으로 바꿨다. 또 용기에 로고나 글씨 등이 인쇄돼 있으면 재활용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뗄 수 있는 라벨로 부착했다.

한편, 페트뿐만 아니라 유리도 대표적인 재활용 소재다. 아로마티카는 욕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나 깨질 위험이 있는 제품을 제외하고는 유리 용기를 사용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리는 고온의 온도에서 재활용 공정이 이뤄져, 인쇄 여부에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유리 용기는 대부분 30% 재활용 유리인데, 아로마티카는 90% 재활용 유리를 적용 중이라고 했다. 사용됐던 유리용기를 잘게 부순 파유리를 90% 사용해, 탄소 배출량의 90%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필 팩은 한번 사용한 용기를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재활용이 안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비닐 한 겹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다섯 겹이나 된다고 한다. 다섯 겹의 비닐은 소재도 다르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비닐과 비닐 사이에는 접착제가 들어있다.

이에 아로마티카는 접착제를 빼고 단일 소재인 비닐 세 겹으로 팩을 만들었다. 이 제품에 한해서는 플라스틱 입구 부분을 분리하고 비닐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할 수 있다.

단일 소재 리필팩
▲ 단일 소재 리필팩.

핸드크림이나 치약이 들어가는 알루미늄 튜브 용기도 대부분 3~4겹의 복합소재로 구성돼 잔재 쓰레기가 된다. 이 또한 단일 알루미늄으로 바꿔 고철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단일 알루미늄 튜브
▲ 단일 알루미늄 튜브.

◆ 플라스틱 자원의 무한 순환…'조인 더 서클' 참여 방법은

캠페인 참여 방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자신이 사용한 아로마티카의 플라스틱 공병 또는 투명 페트(PET)를 깨끗하게 세척한 뒤, 라벨과 병뚜껑을 분리한다.

수거 거점인 아로마티카 제로스테이션이나 아로마티카와 연대한 수도권 주요 제로 웨이스트 숍을 방문하면 된다. 업체 측은 수거 거점을 향후 생활공동체, 기숙사, 대형 쇼핑몰, 지자체 시설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들의 참여로 각 수거 거점에 모인 투명 페트는 아로마티카가 전기 트럭을 이용해 직접 수거를 진행하고, 아로마티카 오산 공장에 압축해서 적재하게 된다.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는 거점에서 2톤 이상 모아 중간 거점인 오산공장에 모여있는 상태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오산공장 1층에 VIP 룸이 있는데, 2톤 넘는 페트들이 다 들어가 있는 상태다. 재활용 수거 업체가 아닌데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니 비어있는 공간을 쓰게된 것. 이곳을 방문했던 한 제로 웨이스트 숍 사장은 'Very Important Plastic' 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게 모은 투명 페트가 플레이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량인 20톤이 되면, 재활용 플레이크 공장과 펠릿 공장으로 보내져 아로마티카의 제품 용기로 재탄생된다. 모든 과정은 아로마티카 홈페이지 및 캠페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개된다.

업체 측은 캠페인의 취지와 플라스틱의 단계별 자원 순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신사동 제로스테이션 내에 체험형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원 순환에 관심 있는 누구나 영상과 그래픽 전시를 통해 캠페인 내용을 이해하고 정확한 분리배출을 체험할 수 있다.

환경 교육 및 리필스테이션 체험 중인 소비자의 모습
▲ 환경 교육 및 리필스테이션 체험 중인 소비자의 모습. 사진=아로마티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