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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IPEF 출범…한국 등 13개국 동참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23일 공식 출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본 방문 이틀째인 이날 오후 일본 도쿄에서 13개국이 참여하는 '번영을 위한 IPEF' 출범 행사를 주재하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13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IPEF가 경제의 회복, 지속성, 포용, 경제성장, 공정, 경쟁을 증진시키려는 것"이라며 "역내 협력과 안정, 번영, 발전, 평화 기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IPEF에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가 이름을 올렸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도 참여했다.

IPEF에 참여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의 40%에 해당한다.

이날 대면과 화상을 겸해 진행된 출범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인도·태평양에 크게 투자하고 있고, 긴 여정에 전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각국 정상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역내 안정과 번영을 목표로 제시하며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등 미국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화상으로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IPEF가 "역내 국가의 공동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한국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IPEF 화상회의 참석
윤석열 대통령, IPEF 화상회의 참석

전날까지 2박 3일간 한국을 방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시작되자 화면을 응시하며 관심을 보였고, 연설 도중 몇 차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IPEF는 중국이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는 등 인도·태평양의 경제 영토 확장에 나서며 영향력을 키우는 데 대해 미국이 내놓은 '맞불' 성격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후 이 지역을 포괄할 경제협정이 없었다. 의회 등에선 미국이 경제를 고리로 관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IPEF는 기존의 일반적 무역 협정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관세 인하 등 시장접근 분야가 빠졌다. 대신 글로벌 무역, 공급망, 탈탄소·인프라, 탈세·부패 방지 등 4대 의제에 집중한다는 점이 다르지만 아직은 의제 정도만 나온 말 그대로 초기 단계다.

미국은 다음달 중순까지 국가별로 4개 의제 중 참가를 희망하는 분야를 파악하고 12∼18개월 내에 실질적 합의를 만들 계획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분야별 표준 설정이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중국의 통상·경제 관행을 집중적으로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IPEF 출범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중국의 접근법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태평양에서 영향력이 큰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한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떠한 군사 집단과 진영 대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분명하게 거부한다"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IPEF가 다른 국가의 추가 참여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IPEF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초대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는 듯한 미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아세안을 유인하기 위해 필요한 관세 인하 등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한 가운데 앞으로 IPEF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대만이 참여를 희망했지만 명단에서 빠진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범식 직후 기자들이 대만이 제외된 이유를 연이어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 없이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