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첨단산업 패권 경쟁 영향으로 중국 내 하이테크 시장에서 한국과 1위 대만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중 분쟁 이후 중국이 대만과의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대만산 첨단품목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2일 발표한 '미중 하이테크 수입 시장에서의 한국 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중이 하이테크 산업에서 상호 의존도를 줄이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테크 품목은 제조시 기술개발(R&D) 비중이 큰 제품으로 전 세계 교역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수출액의 3분의 1이 하이테크 품목이며, 수출액 기준으로는 세계 6위 수준이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1·2위의 하이테크 품목 수입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하이테크 수입시장에서 한국은 2013년 대만에 역전당한 뒤 계속 2위에 머물러 있으나 양국 간 격차는 커지고 있다.
2015년에는 한국과 대만의 시장 점유율은 19.0%로 비슷했지만, 지난해에는 한국이 15.9%에 그쳐 대만(25.2%)보다 9.3%포인트(p)나 낮았다.
중국 하이테크 수입시장에서 미국의 시장 점유율도 갈수록 하락하며 2015년 8.5%(3위)에서 지난해 4.9%(6위)로 떨어졌다.
반면 대만과 베트남의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
대만의 점유율은 2015년 19.0%에서 지난해 25.2%로 상승했다. 베트남은 2017년 4.1%에서 지난해 7.0%로 상승해 대만, 한국,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미국 하이테크 수입시장에서는 한국의 시장 점유율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미국 시장 내 한국의 점유율은 4.2%로 중국(29.8%), 멕시코(11.1%), 대만(7.0%), 베트남(6.7%), 말레이시아(6.1%)에 이어 6위였다.
중국은 여전히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2017년 38.9%에서 지난해 29.8%로 9.1%p 급락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산 하이테크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동안 대만과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주요 대미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한국의 하이테크 제품 수출 대상국은 중국(36.3%), 베트남(15.6%), 홍콩(13.9%), 미국(10.0%), 대만(5.8%) 등의 순이었다.
품목은 반도체(58.8%)를 비롯한 전자통신기기가 78.3%로 압도적이었고 이어 과학기구 9.2%, 컴퓨터·사무기기 7.5% 등이었다.
김민우 무협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가속화되며 세계 최대 첨단산업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기회와 구조적인 위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대만과 같이 설계부터 패키징(후공정)까지 시스템반도체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수출 역량을 키우고 항공우주·의약품 등으로 차세대 주력 산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