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알프스 정상부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알프스 산맥을 함께 이고 있는 나라 사이의 경계선에 혼란이 일었다.
녹아내린 빙하 때문에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가르는 국경선이 이동하면서 스위스 체르마트, 이탈리아 체르비니아 사이 양국 접경지에 위치한 알프스 산장의 소속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외교 분쟁을 겪고 있다고 AF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곳에 위치한 양국의 국경선은 해빙수가 흐르는 유역 분수계(하천의 유역을 나누는 경계)를 따라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곳의 봉우리 '테스타 그리지아'의 빙하가 녹으면서 국경을 이루는 분수계는 해발 3천480m에 있는 이탈리아의 등반객용 쉼터 '체르비노 산장' 쪽으로 움직여 점차 산장 건물의 밑바닥으로 쓸려 들어가고 있다.
산장의 메뉴는 독일어가 아닌 이탈리아로 적혀 있고, 가격도 스위스프랑이 아닌 유로로 매겨져 있지만, 이곳에 올라온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도착한 곳이 이탈리아인지, 아니면 스위스인지 헷갈린다고 토로한다.
침상 40개와 긴 나무테이블을 갖춘 이 쉼터가 1984년 알프스산맥 바위 면에 지어질 당시에는 시설물 전부가 이탈리아 영토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침상 대부분과 식당을 포함해 건물의 3분의 2는 엄밀히 따지자면 스위스 남부 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 지역은 지척에 건설 중인 케이블카 정류장을 포함해 새로운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세계 최대 스키 리조트 중 한 곳에 있는 까닭에 이곳의 어느 나라 소속인지는 양국 모두에 경제적 측면에서 양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양국은 2018년부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에 착수해 2021년 1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절충안에 합의했다.
양측이 해법을 찾기 위해 서로 일정 부분 양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합의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스위스 정부가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인 2023년까지는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AFP는 전했다.
협상에 참여한 알라인 비흐트 스위스국립지도청장은 "양측 어느 쪽도 승자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누구도 패자는 아니다"라고 AFP에 말했다.
이 산장이 국경선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인근의 '테오둘'(Theodul) 빙하가 1973년부터 2010년 사이 4분의 1에 가까운 몸집을 잃으면서다.
이 여파로 얼음 아래에 있던 바위가 드러나면서 분수계가 변형됐고, 양국은 이에 따라 100m가량의 국경선을 다시 그려야 했다.
비흐트 청장에 따르면, 이 같은 국경선 조정은 흔한 일이며, 정치·외교적 관여 없이 보통 해당국 측량사들의 비교 측량으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비흐트 청장은 일반적으로 국경선 조정은 가치가 없는 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면서 "건물이 관여된 지역에 대해 조정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