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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美·EU 등 5개국 남아

대한항공이 호주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받았다.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 이후 처음으로 해외당국의 승인이 나오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안을 반대하지 않을 것(The ACCC will not oppose Korean Air proposed acquisition)"이라고 밝혔다.

ACCC는 "이번 합병으로 현재 시드니와 서울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유일한 두 항공사가 결합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콴타스와 젯스타가 곧 해당 노선에서 운항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항공사인 콴타스와 젯스타는 올해 11∼12월부터 운항하는 인천∼시드니 노선의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다. 콴타스는 해당 노선에서 여객기와 화물기를 모두 운항할 계획이다.

ACCC는 "콴타스와 LCC(저비용항공사)가 항공편을 제공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인수와 무관하게 효과적인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ACCC는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 기업으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여객기
대한항공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호주 심사의 경우 양사 결합 전과 동일한 경쟁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필수신고국가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심사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미국과 EU의 경쟁당국도 승인에 무게를 두고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을 신고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4개국이며, 이 중 9개 국가에서 심사가 완료됐다.

한국 공정위는 올해 2월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의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했다.

터키,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경쟁당국 등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태국은 사전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대한항공에 통보했고, 필리핀은 신고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 절차를 종결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필수신고국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과 임의신고국 영국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에 합병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동시에 신규 진입할 항공사도 제시했다.

EU 심사에서는 현재 정식 신고서 제출 전 심사 기간 단축을 위한 자료 제출과 시정 조치안에 대한 사전 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본 경쟁당국은 경제 분석과 시장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EU·일본·중국의 경우 운항 노선이 많아 합병을 승인하더라도 한국 공정위처럼 운항을 제한하는 시정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나머지 경쟁당국과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