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올해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석유가스(LNG)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의 지속적 증가로 더 큰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4일(현지시간) 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HD현대그룹(구 현대중공업그룹) 미디어 콘퍼런스를 마치고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사장은 "최근 어려운 대외 경영환경에서도 선박 포트폴리오 개선과 꾸준한 원가절감, 공정 효율화 노력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며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197척 240억달러를 수주해 연초 수주 목표의 137%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LNG와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과 천연가스 수요 증가에 따른 LNG 운반선 수주가 두드러졌다"며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컨테이너선 발주가 줄어드는 공백을 탱커 등 발주 증가로 채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어 "무엇보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 조선업과 우리 그룹 조선 계열사에 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그룹 내 조선 계열사 3사의 올해 수주 목표는 지난해보다 다소 감소한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94억달러, 현대미포조선 37억달러, 현대삼호중공업 26억달러로 지난해(174억4000만달러)보다 줄어든 157억달러가 목표로 설정됐다고 정 사장은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지난해까지 수주를 많이 했다 보니 앞으로 수주할 수 있는 슬롯(계약 가능 물량)이 이미 2025년분까지 다 팔렸고 LNG 운반선은 2026년분까지 팔렸다"며 "남은 슬롯은 더 면밀히 선별해 수익성을 더 올리고자 아주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HD현대그룹은 해상풍력발전 관련 파트너사인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리뉴어블에너지 오프쇼어윈드와 합작으로 국내에 발전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부지 선정작업이 진행 중이며, 투자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HD현대그룹은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에 대해 "단순히 기술적 측면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나아가 자연과 계속 공존할 수 있도록 바다를 바라보는 인류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은 바다의 무한한 잠재력을 새로운 관점에서 활용해 기후변화 등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취지로 HD현대그룹이 내놓은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