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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 개편 기업에 인센티브

정부가 올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고용노동부는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년 업무계획'에서 이달 중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상생임금위는 현장에서 임금체계를 다루는 인사관리자와 노동자, 노사관계·노동법 전문가, 정부 관계자로 구성되며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논의한다.

노동부는 앞서 주52시간제 개편 등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을 위해 전문가 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구성해 논의해왔는데,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위해서도 비슷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민간기업의 임금체계는 정부가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상생임금위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정부 사업에 참여할 때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는 식이다.

권기섭 차관
권기섭 차관 [연합뉴스 제공]

윤 대통령도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직무 중심 성과급제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며 이런 방침을 시사했다.

직무별 시장임금이 어느 수준에서 형성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도 예산 7억원을 들여 구축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커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상생임금위에 주어진 과제다.

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임금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300인 미만 기업의 임금 수준은 2020년 60.9에서 2021년 59.4로 떨어졌다.

이에 상생임금위는 임금 격차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후 결과를 공표하고 정책 권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내달 체결될 것으로 보이는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적용할 업종을 선정하고, 외국인근로자를 우선 배정하거나 '공동근로복지기금'을 활성화하는 등 정책 패키지도 제공한다.

작년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을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고용 형태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근로조건과 임금 격차가 큰 것을 일컫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도 오는 3월 발표된다.

또 노동부는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와 논의를 거쳐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56조), 연차유급휴가를 줘야 한다는 규정(60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규정(24조), 부당해고 시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한 규정(28조)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어느 조항부터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할지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함으로써 보호되는 노동자 권리와 사업장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따져 정해지는데, 모성보호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대한 내용이 우선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지난 2∼3년 동안 코로나도 있고 최저임금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모든 규정을 한꺼번에 적용하기엔 수용성이나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차관은 "적용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여력이 생기는 대로 추가해야 법의 수용성이 높아지고 저항과 거부감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근로자 인격권에 대한 부분부터 시작해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식비와 교통비처럼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수당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두지 않도록 하고, 현재 6개월인 차별시정 신청 기간을 늘려 차별시정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