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가전 등이 총체적인 부진에 빠지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실적을 지탱하던 반도체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한 2000억원대에 그치며 증권가 예상에도 크게 밑돌아 충격을 더했다.
연간 매출로는 3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빛이 바랬다.
31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43조3766억원으로 전년보다 15.9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302조2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9%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이익은 55조6541억원으로 39.46% 늘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4조30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95% 줄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 대에 그친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70조4646억원과 23조8415억원이었다.
작년 상반기 반도체 호황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으나 하반기 들어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며 세트(완성품)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반도체를 담당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매출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매출 26조100억원, 영업익 8조8400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96.9% 급감했다.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고꾸라진 탓에 충격이 컸다.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 후 증권가에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눈높이를 4000억∼8000억원대로 낮춰 잡았지만 여기에도 미치지 못했다.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메모리 분야는 재고자산 평가 손실의 영향 속에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별 실적을 따로 내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메모리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메모리 업황이 역대 최악의 침체에 직면한 가운데 시장의 감산 기대에도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시설투자(캐펙스·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LSI는 업계 재고 조정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다만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는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로 분기·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첨단 공정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해 전년 대비 이익이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GAA 공정의 경우 3나노 1세대 공정은 안정적 수율로 양산하고있으며 2세대 공정도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