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10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빠졌다.
PC와 스마트폰 등의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수요가 줄고 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1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12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4조2195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4분기 매출은 7조6986억원, 순손실은 3조5235억원(순손실률 46%)이었다.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7조66억원으로 전년보다 43.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44조6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순이익은 2조4389억원으로 74.6% 줄었다.
전날 확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사업이 비교적 분산돼 겨우 적자를 면했지만,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의 메모리 비중이 90%가 넘는 탓에 충격이 더 컸다.
증권가에서는 업황 부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SK하이닉스가 수조원 대의 연간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역시 다운턴이 심화하는 상황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계의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로 재고가 상반기 중 정점을 기록하고 점차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모리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는 했지만,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자연적 감산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2022년 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작년 3분기 실적 발표 후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50% 이상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DDR5/LPDDR5, HBM3 등 주력제품 양산과 미래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IT 기업들이 고점 대비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메모리 반도체의 사용량을 늘리며 점진적으로 시장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전월보다 18.10%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