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연방 보조금을 받기 위해 경쟁사들이 만든 전기차에 자사 미국 내 충전망의 일부를 개방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각) 이 조치는 전기차 사용을 확대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75억 달러 규모의 미 연방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에 이어 전기차 충전소에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적용한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날 전기차 충전소도 최종 조립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전기차 충전기 철제 외장 등 부품의 55%가 미국산일 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정부는 올해 7월까지는 부품의 25%가 미국산일 경우에도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표준 방식인 ‘합동 충전 시스템(CCS)’이라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
이에 테슬라는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해 자체 충전기 ‘슈퍼차저’와 충전소 ‘데스티네이션’을 경쟁사에 개방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테슬라가 2024년 말까지 고속도로 전역에 있는 3,500대의 신규 및 기존 슈퍼차저(자체 급속 충전소)를 비테슬라 고객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또한 호텔과 식당 등에 4,000대의 저속 충전기를 제공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충전망을 개방하는 것은 현재 13만 대에서 2030년까지 50만 대의 EV 충전소를 건설하려는 야심찬 연방 프로그램의 빠른 승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합동 충전 시스템(CCS)이라고 불리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충전 표준을 가진 다른 전기차들이 충전할 수 있도록 테슬라가 허용한다면 테슬라가 기존 시설을 개조하는 것을 포함해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부는 테슬라의 자체 충전소인 슈퍼차저는 CCS를 표준으로 채택하기로 약속하지 않았지만 "CCS를 허용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트위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충전기를 개방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전역의 일부 테슬라 슈퍼차저가 곧 모든 전기차에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앞서 2021년부터 유럽과 호주의 일부 슈퍼차저를 테슬라 소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개방했다.
미 행정부는 모든 EV 운전자들은 테슬라 앱이나 웹사이트를 사용해 이러한 스테이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아닌 소유자를 추가하려면 다른 플러그 및 결제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는 미국 전체 슈퍼차저의 약 60%를 차지하는 1만 7,711개소의 슈퍼차저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1시간 이내 충전으로 수백 마일의 주행거리를 달릴 수 있게 해준다. 밤새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테슬라 플러그가 장착된 약 1만개의 데스티네이션 충전소도 갖고 있다.
테슬라는 2024년 말까지 미국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분석가들은 연방 자금에 테슬라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은 테슬라가 이브이고(EVg), 차지포인트(ChargePoint) 같은 다른 충전 회사가 시장을 장악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참여과학자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샘 휴스턴 수석 차량 분석가는 "국가전기차인프라공식계획(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Formula Program)에 포함된 금액은 테슬라가 CCS 포트 설치를 포함하도록 전략을 조정하는 데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컨슈머리포트의 크리스 하토 수석 정책분석가는 "75억 달러 규모의 충전 투자가 테슬라의 경쟁 우위를 위협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며 "그것이 사실 그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자사의 네트워크를 개방하는 것은 테슬라의 자금과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브랜드의 독점성을 잠식하고 테슬라가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 분석가 샘 아부엘사미드(Sam Abuelsamid)는 "테슬라가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다른 차량에 개방할 경우 현재의 우수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