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오는 2026년까지 4조1천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에 나선다.
지난 3월 발표한 '60조원 지역 투자' 약속의 첫 이행으로, 과감한 선제 투자로 디스플레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일 충남 아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태블릿과 노트북 등 IT용 OLED 패널 생산 공정을 고도화하는 내용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15일 삼성이 향후 10년간 충청·경상·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이행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로 IT용 OLED의 유리 기판을 6세대급(1.5m×1.8m)에서 8.6세대급(2.25m×2.6m)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원장'(마더글라스)으로 불리는 유리 기판을 기반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원장 면적이 확대될수록 패널 생산량이 증가한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를 차지한 스마트폰 OLED 패널 시장에 이어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패널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존 6세대급 설비에서 14.3인치 태블릿 패널을 연간 약 450만개 생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투자하는 8.6세대 설비로는 양산이 시작되는 2026년부터 연 1천만개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IT용 OLED 매출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해 지금보다 5배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은 2007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OLED 양산에 성공한 이후 6세대 OLED를 양산하며 OLED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해 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8.6세대 OLED 투자를 통해 노트북과 태블릿용 OLED에서도 기술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까지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했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며 2021년 중국(시장 점유율 41.5%)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LCD의 경우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사실상 없어졌고, OLED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1위를 넘겨준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을 한차원 더 높이 재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규모를 축소하며 대량 해고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투자라는 의미도 크다.
이번 투자는 약 2조8천억원 규모의 국내 설비·건설업체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만6천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충남·아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정한 '6대 첨단산업' 중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처음으로 '민관 협력'을 통해 첨단 산업의 국내 투자 물꼬를 텄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윤 대통령과 이 회장 외에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주요 협력업체, 충남지역 4개 대학 총장과 산학협력 10개 대학 교수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 '팀코리아'가 한 자리에 모여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비전을 밝힌 셈이다.
충청남도와 아산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가 차질 없이 완료될 수 있도록 신속한 인허가 진행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