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적 한파에도 역대 분기 최대 연구개발(R&D) 투자와 1분기 기준 최대 시설투자에 나섰다. 미래 성장을 위해 선제 투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천40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5.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7일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의 1조원 하회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4조5천8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그러나 실적 악화에도 삼성전자의 1분기 R&D 투자액은 6조5천800억원으로, 이번 분기 영업이익의 10배를 웃돈다.
기존 R&D 투자액 최대치는 작년 4분기의 6조4천700억원이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급감했는데도 R&D 투자를 1천100억원 늘린 셈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등락과 관계없이 R&D 투자 규모를 2018년 18조3천500억원, 2019년 19조9천100억원, 2020년 21조1천100억원, 2021년 22조4천억원 등 매년 늘려왔다.
연간 영업이익이 43조3천800억원으로 역대 4번째였던 지난해는 R&D에 사상 최대인 24조9천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 1∼2년 내 시장에 선보일 상품화 기술을 개발하는 각 사업부 개발팀 ▲ 3∼5년 후 미래 유망 중장기 기술을 개발하는 각 부문 연구소 ▲ 미래 성장 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 기술을 선행 개발하는 SAIT(구 종합기술원) 등으로 R&D 구조를 체계화해 운영한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화하고 선단 공정으로 나아갈수록 개발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R&D 단계부터 선제 투자를 강화해 중장기 공급 대응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1분기 시설 투자액도 작년 동기의 7조9천억원보다 36% 증가한 10조7천억원에 달했다.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특히 1분기 시설 투자액의 92%에 달하는 9조8천억원이 반도체 부문에 들어갔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3기 마감, 선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후공정 투자 등을 단행했다.
파운드리의 경우 첨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과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을 지속하는 가운데 올해 메모리 반도체 투자는 역대 최대인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선제적으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반도체 감산 결정에도 투자는 작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반도체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천문학적 금액의 팹(생산공장)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후 양산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되기에 선제 투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준비를 위해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작년 5월에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전체 투자의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