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간 적용되는 한시적인 특별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한다.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로 인정되면 임차 주택이 경매로 나올 때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택을 낙찰받으면 4억원 한도 내에서 낙찰자금 전액을 저리로 대출해준다. 주택 매수를 원하지 않는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주택을 사들인 뒤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정부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 주택 ▲ 수사가 개시되는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정했다.
이런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먼저 직접 경매 유예·정지 신청을 할 수 있다. 지금은 경매 신청자만 유예·정지 신청이 가능하다.
경매 유예로 살던 집에서 당장 쫓겨나는 일을 막은 상태에서 피해자는 살던 집을 매수하거나 임대로 거주하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경매에서 임차주택을 떠안는 방법으로 보증금을 일부라도 건져야 하는 피해자에게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임차인 우선매수권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됐더라도 세입자가 해당 낙찰 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최고가 낙찰액과 같은 가격에 주택을 살 수 있다.
이때 정부는 저리로 낙찰 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민간 금융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4억원 한도 내에서 LTV 100%를 적용해 낙찰가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신규 주택을 구입할 때는 LTV 80%를 적용한다. DSR과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적용하지 않는다.
임차 주택을 낙찰받는다면 취득세를 200만원 한도 내에서 면제하고, 3년간 재산세를 감면한다. 전용면적이 60㎡ 이하면 재산세를 50%, 60㎡를 넘으면 25%를 감면한다.
피해자가 여력이 부족하거나 해당 주택 매수 의지가 없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면 LH가 임차인으로부터 권한을 넘겨받는다.
LH는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매입임대주택으로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는 소득·자산요건과 관계 없이 매입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부여한다.
LH 매입임대는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이다.
LH가 임차 주택을 매입하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인근 지역의 유사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이미 경·공매로 집이 넘어간 피해자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저리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난·재해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전세사기 피해 가구에도 적용해 생계비(월 62만원), 주거비(월 40만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연 3% 금리의 신용대출을 최대 1천200만원 한도 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지원한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제정하는 특별법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되며, 시행 이후 2년간 유효하다.
정부는 통상 임대차계약 기간이 2년인 점을 고려해 특별법 적용 기간을 정했다고 밝혔다.
디딤돌대출에 전용상품을 만들어 연 금리 1.85∼2.70%에 최대 4억원까지 대출해준다. 만기는 최장 30년이며 통상 1년인 거치 기간은 3년으로 연장한다.
디딤돌대출을 이용하려면 소득이 연 7천만원(부부합산) 이하여야 한다는 요건이 있다.
소득 요건에서 벗어난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금리를 0.4%포인트 우대받아 연 금리 3.65∼3.95%에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