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년 만에 우리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8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 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한 건 2023년 1월호 이후 처음이다.
특히 KDI는 이번 탄핵정국이 과거와 비교할 때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으나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경제동향에서 '과거와 최근 정국 불안 시기에서의 금융시장 및 심리 지표'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12·3 비상계엄 이후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2016년 10월 24일 이후)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 비해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당시 3개월에 걸쳐 9.4p 하락했지만 최근에는 1개월 만에 12.3p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가계와 기업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며 경제 버팀목이던 수출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반도체생산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관련 설비투자와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도 미약한 흐름을 보인다고 KDI는 말했다.
건설업생산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서비스업과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생산도 둔화되는 모습이다.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은 장기화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봤다.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국 불안의 영향으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0.7)에 비해 대폭 하락한 88.4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전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0.3% 줄었다.
건설업생산은 12.9% 급감했고, 광공업생산(0.1%)은 반도체(11.1%)의 높은 증가세에도 자동차(-6.7%), 전자부품(-10.2%) 등이 감소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상품소비인 소매판매는 승용차(-7.9%), 가전제품(-4.5%), 통신기기 및 컴퓨터(-6.2%), 화장품(-9.8%) 등 주요 품목에서 모두 줄어 1.9% 감소했다.
11월 설비투자(5.5% → 2.6%)는 변동성이 높은 운송장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계류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선행지표도 반도체 관련 투자의 호조세는 이어지겠으나, 여타 산업에서의 설비투자 여건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KDI는 말했다.
11월 건설기성(-10.8% → -12.9%)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반면,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갔다.
노동시장은 건설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의 완만한 둔화 흐름이 지속됐다.
11월 취업자 수는 전월(8만3천명)에 이어 12만3만천명의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다만, 계절조정 고용률(62.7%)이 전월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실업률(2.7%)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등 고용 여건은 비교적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