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15~19일) 뉴욕증시는 정치권의 부채한도 협상과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등 연준 당국자 발언 등에 조심스러운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소폭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시장을 움직일 촉매제가 부족해지면서 지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 한 주간 1.11%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9%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0.40% 올라 지수별로 엇갈린 모습을 보인 동시에 등락률은 크지 않았다.
S&P500지수는 4000~4200 사이 박스권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 혼재된 재료들이 명확한 길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정하길 꺼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 은행권의 불안은 시장을 뒤흔들 악재는 되지 않더라도,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으로 시장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팩웨스트 은행이 5월 한 주간 예금이 9%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는 소식에 주가가 하루 만에 20% 이상 폭락하는 등 여전히 심리는 취약하다.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은행권 불안은 신용 환경을 더욱 긴축시켜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하지만 신용을 얼마나 긴축시킬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마이클 바 연준 금융 감독 부문 부의장이 16일과 18일 의회에 출석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지역은행 파산과 관련한 규제 실패 원인을 증언하고, 그에 대한 정책 제안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 초 연방정부의 현금이 소진되는 X-데이트(X-date)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부채한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초에 의회 지도부와 2차 협상에 나선다. 이는 당초 12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된 상태다. 그만큼 실무진들 간의 논의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음을 시사한다. 오는 17일(수)부터 3일간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을 시작으로 3개국 순방에 나설 예정이다. 따라서 부채한도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주초인 15~16일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12일 업데이트된 보고서를 통해 부채한도가 변경되지 않으면, 6월 첫 1~2주 중 어느 시점이든 정부가 더 이상 채무를 갚지 못할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앞서 재무부의 긴급 조치가 소진돼 현금이 바닥날 시점으로 이르면 6월 1일로 예고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지난 12일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시점을 2주 이내에 다시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부채한도 협상이 2011년 8월 악몽을 재현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당시 S&P글로벌은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을 두고 팽팽히 맞서자 그해 4월에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려 강등 가능성을 경고한 후 8월 5일에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그리고 다음 거래일이었던 월요일인 8일에 S&P500지수는 6% 이상 폭락했다. 부채한도는 8월 2일에 극적으로 상향됐으나 S&P는 미국 정책 결정의 안정성과 효과, 예측 가능성 등이 훼손됐다며 등급을 내린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이 최근 디폴트 위협만으로도 미국의 신용등급이 또다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채무불이행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고객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전시 상황실'(war room)을 가동했다.
부채한도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불확실성만 키워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수록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높아지겠지만, 아직 증시가 침체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 압박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에 주목할 경제 지표로는 소매판매가 있다. 미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경기 둔화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4월 소매판매가 0.8% 증가하며 전달의 1%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의 반등은 경기 침체 우려를 완화할 수 있지만, 지표 호조가 주가를 반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주에는 타깃과 홈디포, 월마트 등 소매업체들의 실적도 나온다. 이들 기업 실적을 통해 소매판매 지표와 함께 미국의 소비 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등이 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이 최근에 발표된 물가와 고용 지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오는 6월 통화 정책회의와 관련해 어떤 힌트를 줄지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 회의에서 금리 인상 중단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며 이러한 결정이 나온다면 6월에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파월 의장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한다고 언급하고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을 경우 연준의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연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그에 따른 추가 긴축 가능성이 다시 힘을 받을 경우 시장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