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에 본사를 둔 삼성중공업이 부산에 연구개발센터(R&D)를 설립하기로 하자 거제시가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삼성중공업은 우려할 만큼의 규모는 아니라며 시 달래기에 나섰다.
13일 거제시는 박종우 시장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중공업의 부산 R&D센터 설립은 거제 지역의 귀한 인재들이 떠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지역 인재 유출이 지속되면 거제의 경제 발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자칫 회복돼가는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제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향토 기업인 삼성중공업은 경제 논리에 앞서 지역 사회의 우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대응해야 할 소명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12일 부산시청에서 '부산 연구개발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25년까지 48억원을 투자해 1700㎡ 규모의 부산 R&D 연구 거점 공간을 확보하고, 이곳에서 해양플랜트 사업의 설계·엔지니어링 기능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13일부터 설계 분야 전문 인력 채용을 시작했으며 2024년까지 협력사를 포함해 약 200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번에 설립될 R&D센터에는 기존 인력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신규 채용한 인력이 근무하게 된다.
거제시가 박 시장 입을 빌려 "지역 인재 유출을 우려한다"고 표현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대전과 성남에도 각각 1996년과 2014년부터 대덕R&D센터와 판교R&D센터를 운영 중이며 부산이 연구 진행과 인력 확보에 유리해 정한 것일 뿐 R&D센터가 우려할 만큼의 규모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부산이 해운과 항만을 비롯해 조선·해양 관련 산업이 집적돼 있고, 대학에 관련 학과와 연구소도 많아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덕과 판교 R&D센터는 건물을 새로 건립한 것과 달리 부산 R&D센터는 연구 거점 공간을 만들어 임차해 쓰는 것"이라며 "여전히 본사인 거제에서 대부분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부산과 경남은 같은 생활권으로 볼 만큼 가까워 우려할 정도의 인력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은 소수 인원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설계 등 더 많은 핵심 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이 있어 시가 대표로 입장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