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올린 배터리에 전자빔 조사해 대량생산하는 신기술 ‘원팟(one-pot)’
-폭발·화재 위험성과 생산 단가 모두 낮아 빠른 상용화 기대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은 국내 연구진이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이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 차원 끌어올린 반고체 배터리 생산 공정 ‘원팟(one-pot)’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반고체 배터리란 배터리를 이루는 핵심 물질인 전해질이 흐르지 않고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는 반고체 상태인 배터리로, 반고체 상태의 예시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헤어젤이나 겔 형태의 마스크팩 등을 들 수 있다.
원자력연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서 우리나라가 선도 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원자력연의 주한규 원장을 필두로 한 최은영 박사팀이 발표하였으며,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박수진 교수팀, 신소재 전문 기업 ㈜제브와 산·학·연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반고체 배터리 제조 모식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반고체 배터리 제조 모식도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http://images.jkn.co.kr/data/images/full/967576/image.jpg?w=560)
현재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태양광발전 등에 폭넓게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자기기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에너지 저장 장치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된 원료로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은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어 인화성 물질로 분류된다.
여름철만 되면 무더운 날씨에 배터리 화재나 폭발 사고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액체를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각국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로도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로,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이온전도도가 낮아 효율이 떨어지고, 가격이 높아 상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단가의 절감도 챙길 수 있는 반고체 배터리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반고체 형태의 배터리에도 단점은 있다. 겔 형태의 전해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적 처리나 열처리가 필요한데 이러한 처리가 배터리 성능을 악화시킨다.
최근에는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면서 반고체 배터리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전자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방사선의 일종인 전자빔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화학적 처리 없이도 액체 전해질을 반고체 형태로 만든다.
다만, 전자빔은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고, 전자빔 설비의 가격이 높아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그렇기에 원자력연의 이번 신기술 개발은 반고체 배터리의 대량 생산 능력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다중 적층 배터리 생산 모식도와 배터리 성능 시험 결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다중 적층 배터리 생산 모식도와 배터리 성능 시험 결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http://images.jkn.co.kr/data/images/full/967577/image.jpg?w=560)
이번 연구에서 국내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 개발로, 먼저 전자빔을 조사할 때 배터리 재료가 받는 영향을 분석해 최적의 조사선량을 도출했다.
이후 기존 액체 전해질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쌓아 올려 최적의 전자빔을 조사, 한 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원팟(one-pot)’ 공정을 개발했다.
원자력연은 해당 공정으로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뒤처지지 않는 반고체 배터리를 한 번에 7개까지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함께 연구를 진행한 ㈜제브는 전자빔 공정에 컨베이어 벨트 방식을 적용하면 빠르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신기술 개발에 힘을 모은 산·학·연은 향후 이번 기술을 고용량 배터리생산에 확대 적용하고, 상용화를 위한 공정 최적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생산라인 모식도 [(주)제브 제공] 컨베이어 벨트 방식의 생산라인 모식도 [(주)제브 제공]](http://images.jkn.co.kr/data/images/full/967578/image.jpg?w=560)
한편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이번 성과는 방사선의 무한한 응용 분야 중 하나”라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 차세대 배터리 제조 산업에서 대체 불가한 방사선 강점 기술의 활용도와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