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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리튬 배터리 열폭주 막는 난연성 신소재 개발

- 통상 배터리의 유기카보네이트 구조를 제어해 리튬이온전지의 화재 위험성 낮춰

- 기존 제조 인프라에 적용이 쉬워 고안정성 리튬이온전지의 상용화 기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에너지저장연구센터, KAIST,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KITECH) 공동연구팀이 리튬이온전지의 선형 유기 카보네이트 분자구조를 제어해 상온에서 불이 붙지 않는 난연성 전해액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기술의 발달과 친환경 제품의 관심 증대로 인해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형 리튬이온전지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나 폭발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늘어나고 있다.

외부 충격이나 노후화 등으로 전지 내부가 손상될 시 전지가 연쇄적인 발열 반응을 일으키며 폭발하는 것을 열폭주 현상이라 하는데, 매우 강한 화학반응으로 인해 한번 발생하면 진압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나 리튬이온전지에서 전자를 전달하는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선형 유기카보네이트’ 용액은 인화점이 낮아서 상온에서도 쉽게 불이 붙기 때문에 발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불린다.

상용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액과 공동연구팀에서 개발한 신규 전해액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액(왼편)과 공동연구팀에서 개발한 신규 전해액(오른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지금까지는 전해질이 잘 불타지 않도록 전해액 분자에 과량의 불소 원자를 치환하거나 고농도의 염을 녹여 용액을 제조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을 사용할 경우 출력이 저하되거나 다른 전극과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곤 했다.

이번 연구에서 공동연구팀은 ‘선형 유기카보네이트’ DEC 분자에 알킬 사슬 연장과 알콕시 치환을 동시에 적용, 분자 간 상호작용과 리튬염의 용해 능력을 높임으로써 인화점과 이온전도도가 함께 강화된 신소재 ‘BMEC’를 개발했다.

KIST, 리튬이온전지 열폭주 막는 난연성 전해액 개발
KIST, 리튬이온전지 열폭주 막는 난연성 전해액 개발 [연합뉴스 제공]

BMEC 용액은 인화점이 기존보다 90°C 더 높은 121°C로 전지가 작동하는 온도에서 점화원이 발생해도 불이 붙지 않았다.

또 기존 용액보다 더 강한 리튬염 해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 난연재 용액의 난관이었던 출력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전해액을 충전된 양극과 함께 고온에 노출하는 시험에서 상용 전해액 대비 가연성 기체 발생이 37%, 발열이 62% 감소했다고 전했다.

또 신규 전해액을 대표적인 전극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 흑연 음극으로 구성된 1Ah(암페어)급 리튬이온전지에 적용 후 500회 이상 구동 실험을 통해 호환성을 증명했고, 리튬이온전지에 외부 충격을 주는 관통 시험으로 열폭주가 억제됨을 확인했다.

상용과 신규 전해액을 비교한 관통 시험 결과
상용 전해액과 신규 전해액을 비교한 관통 폭발 시험 결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KIST 이민아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불가피하게 전해액의 성능과 경제성 저하를 수반했던 기존 난연성 전해액 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된 난연성 전해액은 우수한 경제성과 고에너지 밀도 전극 소재와의 호환성을 갖고 있어서 기존의 전지 제조 인프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궁극적으로 열적 안정성이 우수한 고성능 배터리의 등장을 앞당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KIST관계자는 “유기 화합물에서 탄소 원자들의 연결을 알킬 사슬이라고 하는데, 사슬에 탄소 원자를 추가로 연결하면 길이가 늘어나면서 안전성이 함께 상승한다”라고 말했다.

또 “알킬 사슬에 산소를 결합하는 과정을 알콕시 치환이라고 하며, 탄소 원자를 늘리는 기술과 산소 결합 기술을 동시에 적용하는 기법을 통해 안전성과 호환성을 모두 챙길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선행융합연구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저명한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