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술용 로봇을 이용해 뇌사자가 기증한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지난달 만성 신장병을 앓던 50대 여성 환자에게 수술용 로봇을 사용하여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해 12일 만에 회복·퇴원했다고 7일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이식팀은 수술용 로봇을 이용해 환자의 하복부를 6㎝가량 최소 절개하여 기증받을 신장을 넣고, 로봇 팔이 들어갈 작은 구멍을 통해 내부에서 장기를 원격 이식했다.
병원 관계자는 "일반적 개복수술을 통한 신장이식의 경우 절개 부위가 약 20㎝에 이르고,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이 심해 비교적 회복이 더디고 흉터 또한 크게 남는다“라며 로봇 수술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뇌사자’ 공여 신장이식 로봇 수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장기를 기증받는 ‘생체 공여’의 경우에는 로봇을 통한 이식 사례가 있었으나, 뇌사자 공여는 일반적으로 집도의가 직접 수술을 진행했었다.
장기이식에서는 당사자 간 이식 조건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뇌사자의 경우 로봇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혈관이식외과 황정기 교수는 "신장이식을 받는 분 중에서는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으로 인해 로봇 혈관 문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뇌사자 공여는 이식 후 콩팥기능지연이 생길 가능성도 커 로봇수술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공여자와 환자의 혈관 상태가 좋았고, 병원에서 최근 혈액검사 기록 등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등이 수술 요건에 부합해 로봇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사용할 수만 있다면 인체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로봇 수술이 뇌사자 이식에 활용된 첫 사례인 만큼, 앞으로 의료용 로봇 활용에 훌륭한 밑바탕이 될 전망이다.
황 교수는 "국내 신장이식 중 40% 정도가 뇌사자 공여 장기로 시행되는 만큼 이번 수술이 뇌사자 공여 이식 최소침습수술 활성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