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2월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목표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이라고 압축적으로 정의했다.
이 전략 문건에서 미국은 자국을 '인도·태평양 국가'로 정의했다. '인도·태평양의 약속'이란 제목이 붙은 이 전략 문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9월 쿼드 정상회의 때 "세계의 미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 수십년간 지속하고 번성하는 데 달려 있다"고 한 발언으로 시작한다.
문건은 "바이든 대통령 하의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장기적 입지를 강화할 결심이 서 있다"고 한 뒤 이 지역이 중국의 점증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정면 겨냥했다.
쉽게 말해 패권도전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추진하는 외교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따라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인도와 태평양이라는 두 대양에 걸쳐 미국이 동맹과 협력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포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략 문건은 "중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영향권을 추구하면서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 힘을 결합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가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10년간 우리의 집단적 노력이 중국이 인도·태평양과 세계에 혜택이 돼온 규정과 규범을 바꾸는 데 성공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는 노력은 가까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전략에서 미국은 호주와 일본, 한국, 필리핀, 대만이라는 5개 동맹국을 나열했다.
미국은 특히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 미국의 전통적 우방으로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강화가 필수적이었다.
전략은 "모든 인도·태평양에서의 도전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들 간의 협력을필요로 하며, 특히 일본과 한국이 그렇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참여가 확고하게 정리된 것은 지난해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존의 신남방정책을 폐기하고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일본과의 우호 협력 관계를 확고하게 재정립한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시각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는 장면으로 평가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5일 국무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오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3자 동맹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블링컨 장관은 "2015년 이후 외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개별적인 계기로 3국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처음"이라고 이번 3국 정상회의의 의미를 각별하게 부여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여러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모두 특정 외교행사의 일환으로 열려온데 반해, 이번 3국 정상회의는 미국이 기획한 단독 외교행사라는 점을 블링컨 장관은 강조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은 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핵심 동맹이며, 삼각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 뿐 아니라 역내 및 국제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면서 "이는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심화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안보 분야 뿐 아니라 첨단 기술과 경제안보 등에서 다층적인 협력 의제를 논의하는 플랫폼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양태는 '한·미·일 협의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협의체가 구체화될 경우 향후 전략적으로 이 협의체를 활용하는 방안이 한국 외교의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핵무기 위협을 노골화하는 북한과 미국에 맞선 패권도전국 중국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외교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