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를 2개월간 감금하고 괴롭혀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20대 BJ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습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0년과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7일 확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작년 4월5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가 상해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시작으로 이슈가 됐습니다.
당시 A씨 등 네 명은 지난달 초 A씨가 홀로 사는 수원시 권선구 집에서 20대 남성 E씨를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범행 후에는 근처 육교 밑 공터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E씨의 가족은 4월1일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수색 사흘만인 4월4일 오전 1시10분 E씨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시신에는 상처가 많이 남아 있었고, 이에 경찰은 피해자 E씨가 수일간에 걸쳐 폭행당한 것으로 봤습니다. 또한 가족 진술 등을 통해 범행 사실을 밝혀낸 뒤 A씨 등 네 명을 검거했습니다.
◆ 'BJ 살인사건'의 전말
가해자 A씨는 인터넷 방송 하쿠나라이브에서 신청곡을 받아서 노래를 불러주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주고받는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피해자 E씨와 가까워졌고, 2022년말 크리스마스 이브에 파티를 한다고 E씨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이때 다른 공범들도 그 집을 자주 오가면서 이른바 '유사 가족' 행세를 했습니다. 가해자 A씨가 '아빠', 배우자인 공범이 '엄마', 또다른 공범 2명은 '아들'과 '딸'이고 피해자 E씨도 '아들'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가스라이팅'이 시작됐습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다른 사람을 혼란시키거나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꾀거나 거짓말을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가해자는 거짓말이나 왜곡된 정보를 사용하여 피해자의 현실 감각을 흐리게 만들고, 피해자가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특히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들며, 가해자는 피해자의 감정을 조작하고 통제합니다.
피해자 E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조울증과 지능장애가 있었습니다. 조울증(bipolar disorder)은 주로 기분의 변동과 에너지 수준, 활동성, 생각, 행동 등을 영향을 받아 크게 고조된 상태(조울증 발작)와 침체된 상태(우울증 발작) 사이를 오가며 기분이 극적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어, 가스라이팅을 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E씨는 가해자 A씨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됐고, 결국 E씨의 어머니가 A씨에게 전화를 해서 아들을 집에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A씨의 협박이 시작됐습니다. 4500만원짜리 면접을 보고 있었는데 전화를 해서 망쳤으니 이 돈을 물어내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A씨는 E씨 명의로 휴대폰을 3대나 개통해 사용하고 요금은 내지 않았습니다. 또 E씨가 물류센터 일을 하게 하고 급여는 A씨와 공범들이 챙겼습니다. 이들이 E씨에게서 갈취한 금액은 1000만원 정도에 이릅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E씨가 집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폭행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3월7일부터 10일 사이의 무차별 폭행으로 인해 E씨는 결국 숨졌고, 가해자들은 11일 밤 심야를 틈타서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특히 A씨 등은 E씨를 죽이고 유기한 후에도 E씨 명의의 폰을 계속 사용했고, 게임 소액 결제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공범자 중 1명이 자수했고, 경찰은 이 공범을 검거하고 추적하면서 범행을 모두 밝혀냈습니다.
◆ A씨와 공범들의 재판 결과
1심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A씨에게는 징역 30년 및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이 선고됐습니다.
A씨의 배우자인 공범에게는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A씨와 함께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청소년 공범은 장기 15년에 단기 7년과 보호관찰 5년, 시신 유기 등에 가담한 다른 청소년 공범은 장기 2년에 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여기서 장기 형은 실형으로 실제 복역해야 하는 형을 의미합니다. '장기 15년'은 피고인이 15년 동안 복역해야 함을 나타냅니다.
단기 형은 집행유예로 형사 판결 시 실제 복역하지 않고 선고되지만, 조건을 만족할 경우 실제 복역하지 않아도 되는 형을 의미합니다. '단기 7년'은 피고인이 7년 동안 복역하지 않아도 되지만, 특정한 조건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호관찰은 형 집행 후 일정 기간 동안 피고인의 생활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보호관찰 5년'은 피고인이 5년 동안 복역을 마친 후에도 5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A씨와 공범들은 1심 판결에 불복했지만 2심 법원에서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전부 기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