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을 단행한 지 1년이 되지만, '소득 중심의 부과'라는 애초 취지와는 아직 거리가 멀기에 더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피부에 와닿지 않는 만큼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매길 때 재산 비중을 실질적으로 축소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정부는 작년 9월 1일부터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에 들어가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보험료를 낮췄다.
지역가입자의 주택·토지 등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 수준에 따라 500만∼1천350만원 차등 공제하던 데서 5천만원을 일괄 공제하는 방식으로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했다.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보험료는 그간 1,600cc 이상 등에 부과하던 것을 잔존가액 4천만원 이상 자동차에만 매기는 쪽으로 바꿔 보험료 부과 대상 자동차를 기존 179만대에서 12만대로 대폭 줄였다.
그간 역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역가입자 소득보험료는 등급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해 직장가입자처럼 소득의 일정 비율(2023년 기준 7.09%)을 보험료로 부과한다.
그렇지만 이런 2단계 개편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중 재산에 매기는 보험료의 비중은 상당히 높다.
25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 산정기준별 비중은 소득 55.75%, 재산(주택·토지·건축물, 선박 및 항공기) 42.48%, 전월세 1.44%, 자동차 0.38% 등이었다.
전월세를 포함한 재산과 자동차에 지역건보료를 부과하는 비중이 44.25%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이에 반해 2단계 개편 후에도 지역가입자의 소득 부과 비중은 51.96%에서 55.75%로 3.7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그간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이후 여러 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쳤지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 체계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 데 구조적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꼽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월급 외 소득 포함)에만 보험료율에 따라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과 자동차에도 건보료를 부과한다.
이런 까닭으로 전문가들은 건보료 산정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빼는 등 재산 비중을 실질적으로 줄이고 소득 중심의 단일 부과 체계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문심명 입법조사관은 "가입자의 소득이 대부분 드러나는 상황에서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재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종국적으로는 폐지하는 쪽으로 로드맵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현재 5천만원인 지역가입자의 재산공제를 더 확대하고 전월세는 건보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그는 제안했다.
그는 특히 전세는 그나마 재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월세의 경우 '비용'인데 이걸 전세로 환산해 보험료를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월세 건보료만이라도 먼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동차는 생활필수품과 다름없는 데다 전 세계에서 건보료를 부과하는 사례가 없으므로 부과 대상에서 전면 제외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