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크패턴 규제 예고한 공정위, 마케팅 기법 달라지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다크패턴의 규제를 예고하는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현재 발표한 자율규제안 속에는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비자 지출 유도 방식이 다수 포함되면서,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공정위가 발표한 다크패턴의 범위는 무엇이며 다크패턴으로 보일 수 있는 마케팅 사례를 소개한다.

▲다크패턴이란?

지난 7월 31일, 공정위는 ‘다크패턴’을 4개 범주와 19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한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크패턴이란 온라인에서 소비자를 현혹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도록 만드는 상술을 가리키는 말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다크패턴은 ‘편취형’, ‘오도형’, ‘방해형’, ‘압박형’으로 나뉘며, 예를 들어 어린이 기준의 입장권 가격을 마치 어른 입장권 가격으로 바꾸어 표시한 경우 방해형의 ‘숨겨진 정보’에 해당한다.

또 무료 체험 상품의 기간이 지나 유료 상품으로 전환될 때 소비자에게 해당 사실의 안내 없이 자동 결제가 되도록 설정한 경우 편취형의 ‘숨은 갱신’ 항목에 해당하는 식이다.

공정위 다크패턴 가이드라인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지난 23일 상정된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도 다크 패턴에 대한 규제가 포함됐다.

법안에는 ‘이용자를 기만하여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이용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 외에도 다크 패턴 관련한 전자상거래법 관련 개정법률안도 현재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해당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향후 법적인 규제가 이루어질 때 사용될 기준점이 세워졌다고 전했다.

▲‘넛지 마케팅’, 다크 패턴과 무엇이 다를까?

넛지(Nudge)란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라는 뜻으로, 넛지 마케팅은 마케터가 소비자의 옆구리를 찌르듯이 간접 개입하여 구매 결정을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가공육 회사 ‘스팸’의 무차별적인 광고가 ‘스팸메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처럼, 지나친 광고는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그렇기에 기업은 반대로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심리 상태를 연구하여 스스로 생각하기에 상품 구매가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서비스의 품질과 양, 가격 등을 조정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마케팅협회 관계자는 “넛지 마케팅의 대표적 예시로는 4만 원짜리 상품을 39800원에 팔아 비교적 저렴하게 보이도록 하거나, 서비스 업체의 무료체험 기간 등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비스 제품의 경우 체험하기 전에는 불편한 작업이라도 익숙하게 생각하지만, 한 번 체험하고 나면 반대로 서비스가 없을 때 역체감이 생겨 계속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체험 서비스 [자료= 유튜브]

넛지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 방식이기에, 간접적인 불편함이나 심리적 혼동을 통해 소비를 유도한다.

다만 이러한 불편함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불쾌한 경험이나 답답함의 범주라면 이는 ‘다크패턴’으로, 역체감 또는 무의식적 소비 욕구 자극의 범주라면 이는 ‘넛지 마케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업계, 다크패턴 규제 우려

한편 마케팅 업계에서는 다크 패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혹여나 과도한 규제로 흘러갈까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기존의 규제 시스템과 맞물려 중복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 2022년 2월에 공정위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거대 OTT 기업들이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하여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 전례가 있다.

또 지난 2019년에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입과 해지를 일부러 어렵게 제작했다며 과징금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OTT기업들에 대한 시정명령 및 과태료 처분 사례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규제가 충분히 가능한데 추가적인 규제를 신설한다면 기업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걸릴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재의 법률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4월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나와 있듯 ‘숨은 갱신’ 등 6개 행위의 경우 현행법으로 규율하기 어려워 법적 근거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가이드라인 제시는 법적인 효력이 없더라도 사업자들이 다크패턴에 해당하는 행위를 인식하게 하고 사업자 자율규약의 제정·운용의 근거로서의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