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청년 부모 위한 육아휴직,실제 효과 보려면?

최근 저출산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청년 부모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높은 육아 스트레스를 분담하기 위해 여성 육아휴직만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도 더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에 현재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과 임금 제공 현황을 조사하고 유럽식 복지국가 정책과의 차이점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해 조사했다.

▲국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OECD 평균 하위권?

지난 6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20년 기준 육아휴직 사용 비율 통계를 발표했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아이 100명 당 14.1명으로 정보가 공개된 18개국 중 13번째에 속했다.

이에 최근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을 훨씬 밑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22년 육아휴직자 추이 [고용노동부 제공]

이와 별개로 실제 사용률이 아니라 법적으로 사용 가능한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은 최대 12개월로, OECD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또 무급 육아휴직을 제외하고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유급 육아휴직 역시도 법적인 사용 가능 기간이 54주로, 52주인 일본과 함께 OECD에서 가장 길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기간은 OECD 평균 10.4주의 5배에 달하며, 남성 육아휴직 참여율이 높게 나타난 아이슬란드(20주), 노르웨이(15주), 스웨덴(14주)보다 두 배 이상 길었다.

반면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높은 스웨덴은 출생아 100명당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350명으로 집계되면서 육아휴직을 여러 차례 나눠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3 육아휴직제, 저출산 효과 있을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까지 시행하던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를 폐지하고 올해 새로이 ‘3+3 육아휴직제’를 내놓았다.

이전에 비해 가장 크게 변한 점은 두 부모 모두 휴직할 시에 받을 수 있는 유급 휴직의 수당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3+3 육아휴직제'에서는 12개월 미만의 아이에게 부모 모두가 동시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모든 부모에게 일률적으로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소정 근로 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한하여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액으로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월급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표를 보면 부모 육아휴직 3개월 차에는 300만 원까지 한도가 증가한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 신설한 3+3 육아휴직제 [고용노동부 제공]

전년도의 육아휴직 제도에 비하면 지원금 상승률이 확연히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행 ‘3+3 육아휴직제’의 경우 휴직 수당이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순차 증가하는데, 현재 평균 월급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국내 취업지원 서비스 기업 잡코리아는 지난해 12월, 2022년 4년대 졸 중소기업 사원의 평균 연봉을 조사해 평균 경력 6년~12년의 대리~과장 라인의 평균 연봉은 각각 3730만 원과 4680만 원의 결과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출산 연령인 30대 초중반 시기의 월급은 평균적으로 300만 원이 넘는다.

육아에 필요한 비용은 높은데 육아휴직 기간 동안은 오히려 급여가 줄어드니 육아휴직을 사용해도 실질적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 최대 1년 6개월, 실상은 무급 휴직 기간 연장

한편 정부는 최근 부모의 육아휴직 가능 기간을 최대 1년 6개월로 늘리는 방안 추진하고 있다.

단 아빠와 엄마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쓴 가구만 적용 대상이며, 연장한 기간에 대해서는 육아휴직급여가 제공되지 않아 무급휴직이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부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맞추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노동자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특수형태고용근로자 들은 육아휴직을 길게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는 직업을 가진 부부가 많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브로셔'에 담긴 저출산 대응 계획 [자료=기획재정부]

이 때문에 부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가구는 일부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제기되는 문제점을 알고 있으며, 최근 언론 보도 설명을 통해 밝혔듯 일과 육아의 병행을 지원하기 위한 모성보호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개편 방안이 확정된 것은 없으나,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과 초등돌봄교실 시간 단계 등의 확대를 고려 중이라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라고 밝혔다.

또 “육아휴직 이외에도 시간의 유연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근로시간을 주당 15시간~35시간 내외로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제도의 기간 및 자녀 제한 연령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의무화 확대, 대체인력 확충이 관건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보다 중소기업의 대체인력 채용 시장 확보가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어려운 이유 중에는 ‘근로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이라는 항목이 38.3%의 선택률을 보였다.

그 뒤를 이은 항목도 ‘동료 근로자 업무부담 증가’(24.7%), ‘대체인력 채용 힘들어서’(11.6%) 등 비슷한 부류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고용노동부 산하 대체인력뱅크의 운영 프로세스 [자료=대체인력뱅크]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의 나이가 30대 초중반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해당 직급을 대체하려면 경력자가 필요한데,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은 중소기업 계약직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고용노동부의 ‘대체인력뱅크’ 관계자는 “대체인력의 구인, 구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대체인력 맞춤 교육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적시에 기업이 요구하는 맞춤인재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육아휴직 기간에 대체인력을 30일 이상 계속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대체인력 1인 당 최대 80만 원을 지급하는 대체인력 지원금 제도도 시행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