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 200조원 넘긴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가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용인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정부는 전기요금의 일정 수준 인상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전의 부채 문제와 관련해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 같은 언급에도 '가까운 시일 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아직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전의 재무 상황이 채권(한전채) 발행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면 위기가 맞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경각심 환기 차원에서 총리가 얘기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 달러와 유가의 동반 강세가 이어지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류도 읽힌다.
정부는 한전이 오는 15일까지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보고하면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으로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커져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겼다.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것이 한전 총부채 급증의 주된 요인이다.
문제는 작년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는데도 한전 수익 구조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11일 한전 전력월보를 보면 지난 5∼6월 두 달 연속 전기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높아져 '역마진 구조'가 일시적으로 해소되기는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전이 손해 구간에서 막 벗어나는 초입 정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전체 비용에서 전력 구입비가 88%가량으로 가장 많지만, 송·변전 설비 운용비와 인건비 등도 12%가량 된다"며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최소 10% 이상 높아져야 한전이 겨우 적자를 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전은 3분기 '반짝 흑자'를 냈다 4분기 다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3분기(7∼9월) 1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10개 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겠지만, 4분기(10∼12월)에는 다시 약 6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한전 역시 올해까지 연간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연결 기준 6조3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내년부터 연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추가 전기요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전의 철저한 자구 노력과 비용 절감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4일 기자들과 만나 한전 부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인상보다 한전의 자구 노력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한전 재무 상황 양쪽을 모두 봐야 한다"며 "한전 재무 상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한전이 먼저 할 수 있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