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점 만점의 점수를 통해 손님의 만족도를 보여주는 별점 시스템은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특성 덕에 사실상 대부분의 인터넷 플랫폼에서 해당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악의적인 소비자의 ‘별점 테러’나 광고 효과를 노린 판매자의 ‘별점 조작’ 등의 행위가 부각되면서, 별점 시스템이 신뢰성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네이버와 배달의 민족 등 대형 플랫폼의 현재 소비자 평가 시스템 운영 현황과, 향후 변화 계획 등을 조사했다.
▲별점 없애는 네이버, AI 기반 ‘태그 구름’ 선보여
먼저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식당·카페 등 장소 리뷰의 '별점'을 없애고 AI 기반 '태그 구름'을 도입했다.
‘태그 구름’은 스마트플레이스 서비스에서 방문객들 리뷰를 바탕으로 하는 해시태그 형식 통계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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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별점 시스템을 없앤 이유는 악의적인 별점 리뷰가 지역 소상공인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태그 구름’이 적용되면 앞으로는 특정 장소의 방문객들이 리뷰를 남기면 자주 사용되는 키워드를 AI가 추출해 태그 구름으로 보여준다.
네이버 관계자는 "별점이라는 일률적인 척도로 담기 힘들었던 업체의 다양한 장점과 개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별점이 '평가'의 수단이었다면, 앞으로 리뷰는 개인의 취향을 기록·공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코멘트가 주가 됐던 리뷰 환경도 일종의 소셜미디어(SNS)처럼 취향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별점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영수증 혹은 카드 결제 내역을 통해 방문 인증을 거친 리뷰만 웹사이트에 올라가서 대중에게 공개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음식과 서비스 등을 체험하지도 않고 악의적인 리뷰만 올리는 상황이 줄었다는 것이 네이버의 입장이다.
다만 네이버는 가게에 불만이 있을 때 공개적인 리뷰로 표출하지 않고 사업자에게만 알리는 기능을 함께 도입했는데,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소비자의 정당한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별점 리뷰 관리 강화하는 배달의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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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이후 배민)은 지난 2022년 악성·허위리뷰 근절을 위해 리뷰 시스템을 개편한 바 있다.
개편안의 가장 큰 변화는 ‘리뷰 추천순 정렬’ 기능과 ‘리뷰 통계’ 기능의 추가이다.
리뷰 추천순 정렬은 텍스트 내용과 사진, 등록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노출할 리뷰를 선정하는 기능으로, 높은 평점 위주로 노출되던 기존 방식을 개선했다.
‘리뷰 통계’ 시스템은 리뷰 작성자가 이전에 남긴 평점 평균을 수치로 한 번에 보여주는 기능이다.
배민은 이를 통해 리뷰 작성자의 과거 평점 기조를 파악하고 리뷰의 신뢰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리뷰 통계’를 이용하면 상습적인 평점 테러 등 비정상적인 이용자를 선별하기도 간편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주는 이용자를 선별할 수 있을 뿐,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점주의 '평점 조작' 행위는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리뷰 블라인드, 당연한 권리 VS 정보의 통제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 회사의 리뷰 관리 방식에 대한 갈등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배민 등 배달앱 업체 일부가 시행하고 있는 ‘리뷰 블라인드’ 정책 때문이다.
해당 방식은 점주의 신고가 들어오면 별도의 절차 없이 일단 해당 고객의 리뷰 게시글이 플랫폼 내부에서 표시되지 않게 블라인드(비공개) 처리하고, 30일 이내에 글쓴이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리뷰를 삭제하는 정책이다.
특히 해당 방식은 글쓴이의 의사와 관계없이 점주의 신고가 들어오면 블라인드 처리가 진행되기에 점수가 낮은 리뷰를 감추기 위함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자주 향하곤 한다.
그러나 배달앱 업체 측에서는 이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해당 시스템은 온라인상의 명예훼손 등을 막기 위해 정보통신망법에 있는 의무 사항이며, 대부분의 리뷰가 명확한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30일 후에는 조치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점주들은 최근 소비자들의 소위 ‘갑질’ 등에 대처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권이라는 입장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후기로 위장한 광고 제재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 11월 처음으로 SNS에서 유명 인플루언서가 업체에게 대가를 받은 사실을 숨기고 후기인 양 광고글을 작성했다며 모바일 SNS상의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적발 대상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업체와 로레알코리아와 같은 외국 브랜드도 이름을 올렸다.

7개 업체가 후기형식 광고의 대가로 지급한 현금과 물품은 11억 5천만 원에 달해 공정위는 이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보고 2억 6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대가를 받은 사실을 드러내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방해받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공정위는 향후 후기를 가장한 광고형 게시글이나 홍보 매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소비자들의 합리적 구매선택을 방해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빈 박스 마케팅 등의 기만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다” 라고 전했다.
‘빈 박스 마케팅’이란 리뷰 조작의 한 예시로, 판매자가 사전에 모의한 공범에게 빈 상자만 보내 실제로는 물건을 받지 않았지만 물건을 받은 것처럼 속이고 리뷰 글을 작성하는 방법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