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가 우리 경제의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해 눈길을 끈다.
11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0월 경제동향과 관련, 반도체 생산이 회복되면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됐다고 했다.
제조업에서 생산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되고 평균가동률이 반등하는 등 부진 완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는 것이 KDI의 분석이다.
특히 경기 부진 우려를 덜어낸 주된 근거로 반도체를 꼽았다.
8월 반도체 생산은 인공지능(AI) 서버 관련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증가(8.3%)로 전환했다. 전월 대비로도 높은 증가율(13.4%)을 기록하면서 8월 광공업 생산 증가세(5.5%)를 견인했다.
9월 수출(-4.4%)은 반도체(-13.6%) 분야 감소 폭이 축소되고 자동차(9.5%), 일반기계(9.8%) 등이 증가하는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은 8월 취업자 증가세(26만8000명)와 고용률(계절조정·62.6%)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변동성이 큰 석유류·농산물 영향으로 상승 폭(3.7%)이 컸지만 기조적인 물가 상승세는 둔화 흐름에 있다고 판단했다. 9월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달과 같은 3.3%였다.
다만 KDI는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봤다. 국제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키우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고금리·고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 탓에 제조업 기업 심리는 위축된 모습이라고 KDI는 평가했다. 10월 제조업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비제조업(77)보다 낮았다.
서비스 소비는 금융거래 확대, 여행 수요 증가 등으로 증가세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실질소득이 준 탓에 상품 소비 부진이 지속된다고 봤다. 8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4.8% 줄었다.
8월 설비투자(-14.9%) 역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8월 건설기성(12.3%) 등 건설투자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건설수주(-59.0%·경상), 주택인허가(-89.4%) 등 선행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해 향후 건설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택 시장 역시 매매가·전세가가 오르면서 수요 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주택 착공 위축으로 주택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