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6조원 이상 늘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이달 이사 철과 연휴 효과 소멸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이 다시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79조8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9천억원 많았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대체로 감소세를 유지했지만, 4월(+2조3천억원) 반등한 뒤 6개월 연속 불어나는 추세다.
특히 9월 가계대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33조9천억원)이 6조1천억원이나 늘었다.
하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244조7천억원)은 1조3천억원 뒷걸음쳤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휴일에 따른 영업일 감소, 금융권의 대출 취급조건 강화 등의 영향으로 8월 7조원에서 9월 6조1천억원으로 줄었다"며 "기타대출의 경우 명절 상여금 유입,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 요인으로 감소 폭이 1천억원에서 1조3천억원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10월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서는 "9월 가계대출 둔화 요인(영업일 감소·상여금 유입 등)이 해소되는 데다, 통상 가을 이사 철 효과도 있고 주택거래량이 7월보다 8월에 크게 확대된 부분도 있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마다 편차는 있지만 과거 10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9월보다 평균 2조원 남짓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접수 중단을 비롯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가 증가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계대출이 아닌 예금은행의 9월 기업 대출 잔액(1천238조2천억원)도 한 달 새 11조3천억원 또 늘었다.
2022년 10월(+13조7천억원)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자, 9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 4조9천억원, 6조4천억원(개인사업자 8천억원 포함)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은행의 기업 대출 확대 노력과 추석 자금 수요, 월말 휴일에 따른 대출 상환 이연 등이 겹쳐 크게 늘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상환 이연은 통상 월말에 상환되는 일부 결제성 자금 대출이 연휴 탓에 10월 초에나 상환됐다는 뜻이다.
예금은행의 9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천283조4천억원으로 8월 말보다 27조1천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의 경우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법인자금 유입 등으로 23조1천억원이나 늘었다.
하지만 정기예금의 경우 가계 자금의 순유입에도 불구, 만기 도래한 법인자금이 일부 빠져나가면서 3조7천억원 감소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1천억원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가 7조9천억원 줄었지만, 채권형펀드와 기타펀드에 각 2조8천억원, 6조1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이날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4천억원 불었다.
6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8월(+6조1천억원)보다 3조7천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이 5조7천억원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조3천억원 급감했다.
업권별로는 한 달 새 은행권 가계대출이 4조9천억원 증가하는 동안 제2금융권에서는 2조5천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9월 중 가계대출 증가 폭이 줄었지만 가계대출 규모는 여전히 크다"며 "10월에는 가을철 이사수요, 9월 신용대출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