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지속하면서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이른바 '짠물 소비족'을 겨냥한 대형마트의 판촉 경쟁이 치열하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4월부터 이마트 앱을 통해 공동구매 기획 이벤트인 '오더픽'을 진행하고 있다.
주문(order)과 픽업(pick up)의 합성어인 오더픽은 앱으로 공동 구매 상품을 주문·결제하고 지정한 매장에서 수령하는 방식이다.
애초 목표한 주문량을 달성하면 정상가 대비 최대 7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가 사전에 판매 수량을 대량 확보함으로써 협력업체에 충분한 발주량을 보장하고 재고 부담을 덜어줘 가격을 낮추는 시스템이다.
롯데는 마트와 슈퍼가 공동으로 기획·개발한 '온리원딜'을 내세우고 있다.
공동 소싱(조달)으로 매입 물량을 확대하고 상품 운용을 효율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판매가격은 일반 상품 대비 최대 50% 저렴하다.
롯데는 지난 6월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20여개의 온리원딜 상품을 처음 선보였고 최근에는 품목 수를 70여개로 확대했다.
견과류, 우유, 김치, 고추장 등 식품부터 치약, 세탁세제, 프라이팬 등과 같은 생활 잡화까지 상품군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이밖에 홈플러스는 고객이 많이 찾는 인기 상품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얼리버드' 혜택으로, 상품 가격 할인 또는 연계 상품 증정 등의 방식으로 고객의 가격 인하 체감 효과를 높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까지 비정기적으로 기획전을 운영했으나 고물가 기조가 고착되고 고객의 구매 수요가 늘자 올해 3월부터 이를 매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이런 초저가 판촉 이벤트에 대한 고객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이달까지 아홉차례 진행된 이마트 오더픽은 매번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선보인 휴대용 가스레인지 '코베아X위글위글 엑스온 스토브'는 일반 판매가 대비 절반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 덕에 이벤트 시작 당일 준비 수량 400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판매량은 공동구매 기간(5월 18∼29일) 기준으로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취급한 40여종의 동종 제품 가운데 2위였다.
이번 달(12∼18일)에는 건겅기능식품 등 4개 품목을 대상으로 공동구매 기획전을 진행 중인데 일부 품목은 주문량이 벌써 목표수량의 860%를 넘어섰다.
롯데마트·슈퍼의 온리원딜 상품도 높은 가격경쟁력이 효과를 발휘하며 같은 품목의 다른 상품 대비 판매량이 최대 6배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물건을 찾아 구매하려는 소비 행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물가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이런 소비 추세에 따라 유통업계도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