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공기업이 앞으로 7년간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이 33조2천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들 발전 6개사는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줄이고 있어 이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은 최근 발전 6개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정부가 2012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PS)에 따라 500메가와트(㎿)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는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발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발전회사 등은 자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돌려 이 비율을 채우거나 모자라는 비율은 '신재생에너지공급 인증서'(REC)를 사들여 RPS 의무 할당량을 채우고 있다.
발전 6개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2030년 7년간 REC 구매 비용 전망치는 총 33조2304억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8조4천391억원으로 가장 많고, 남부발전(6조6528억원), 동서발전(5조4166억원), 중부발전(4조7761억원), 서부발전(4조1537억원), 남동발전(3조7921억원) 등 순이다.
이는 지난 4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낮춰진 RPS 의무 비율을 적용한 것이다.
지난 2021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RPS를 단계적으로 높여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 이후 25%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경영 실적 악화 및 전기요금 상승 등을 우려하는 발전업계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4월 법 시행령을 개정해 RPS 의무 비율을 낮췄다.
이에 따라 RPS 의무 비율은 올해 13.0%, 내년 13.5%, 2025년 14.0%, 2026년 15.0%, 2027년 17.0%, 2028년 19.0%, 2029년 22.5%, 2030년 이후 25.0% 등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런 조치에도 REC 구매비용은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발전 6개사의 REC 구매비용은 내년에 총 3조4460억원에서 2025년 3조5995억원, 2026년 3조8966억원, 2027년 4조3182억원 등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8년 4조8984억원, 2029년 6조1004억원, 2030년 6조9823억원 등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발전 공기업들이 지난해 정부에 제출한 '2020∼2026년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자체 발전도 줄이기로 하면서 발전 6개사의 REC 구매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 6개사는 신재생에너지 자체 생산을 위한 예산을 당초 7조5243억원으로 잡았으나,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라 29.8%(2조2천432억원) 쪼그라든 5조2811억원으로 조정했다.
이장섭 의원은 "국내 발전사들이 RPS 이행에 따라 발행하는 비용은 결국 한국전력이 정산하는 구조"라며 "이는 전기요금 인상과 민생물가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