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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AI 챗봇 시대, 감정노동자 보호 정책 필요한 이유

최근 이용자의 편의성 증진을 위해 대부분 기업이 24시간 운용할 수 있는 챗봇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이 챗봇을 이유로 응대 인력을 줄여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의견과 함께 여전히 상담사의 감정 노동자로서의 보호가 미흡하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감정 노동자의 보호 정책의 한계점을 알아보고, 제도적 개선 방안과 함께 향후 AI 시스템과 공존을 위한 방안을 조사했다. 

▲ 24시간 상시 운용 챗봇, 그래도 상담사 필요한 이유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업지원서비스업 산업현황'에 따르면 최근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서비스업은 사업체 수 1750개, 종사자 수는 약 8만 명이다,

이 중 종사자 수는 10여 년 전 수치인 17만 명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해당 조사는 사업 등록 자체가 콜센터 업종으로 되어 있는 기업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기업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인원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공 감정노동자의 고충 [서울연구원 제공]
공공 감정노동자의 고충 [서울연구원 제공]

실제 콜센터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 컨택터산업협회는 콜센터 인력 현황을 40만 명 정도로 추정하면서 통계청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두 지표 모두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콜센터가 대표적인 노동 집약 사업이기에 종사자 수가 다른 산업에 비해 더 많다는 점이다.

다만 챗봇을 통해 산업이 발전하면서, 콜센터의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2030년 한국 콜센터 AI 프로그램 시장은 꾸준히 상승해 450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미 상담원을 대신하는 음성 챗봇은 물론이고, 콜을 다른 상담원에게 전달하는 등의 컨트롤 시스템도 AI가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있어 여전히 상담사는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인식된다.

챗봇으로 간단한 사무처리는 대부분 해결할 수 있지만, 반대로 조금만 복잡한 내용으로 넘어가면 챗봇이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에는 한 번에 한 명만 상담할 수 있는 전화보다 효율이 높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상담 내용을 주고받는 방식도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담 인력 자체를 대체하지는 못한다.

▲ 여전한 상담사 언어폭력, 구멍 뚫린 보호제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2년 발표한 콜센터 상담 노동자 인권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텔레마케터를 포함한 콜센터 상담사(이하 상담사)는 평균보다 높은 업무 스트레스 지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설문조사자료에 따르면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상담사는 95.5%, ‘전체 직업’은 79.8%이다.

항상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만 비교했을 때도 가 상담사가 28.8%, 전체직업은 3.4%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8년 감정노동자 보호법 개선 당시 보호 조항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제공]
지난 2018년 감정노동자 보호법 개선 당시 보호 조항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제공]

또 고객에게 폭언, 욕설 등 언어폭력을 당한 횟수 역시 2008년 기준 월평균 11.5회에서 현재 월평균 10.1회 수준으로 확연한 개선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8년 통과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사실상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개정된 보호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에게 감정노동자를 향한 폭언, 폭행 등을 하면 안 된다는 문구를 사업장 안에 게시하고, 전화 고객 응대 시 음성을 통해 해당 내용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또 감정노동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감정 노동자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등 예방조치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나 중요한 조항은 고객의 욕설이나 폭언으로 근로자의 건강상 위험이 발생한다면 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의 업무를 잠시 중단시키고 휴식 및 치료·상담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조항은 모두 상담사를 포함한 감정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분위기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실태조사에 수록된 설문조사를 살펴봐도 감정노동자가 회사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직접 고용과 간접 고용 비정규직 비율은 비정규직이 75%에 이른다는 실태보고도 발표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원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는 고용 방식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는 퍼지고 있지만, 정작 실제로 변화를 보이는 기업은 드물다.

▲ AI 시대 속 외면받는 고객 상담사, 권리 보호 방안은

언젠가는 AI가 전화 상담원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많은 상담사가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감정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촉구하는 단체 행동도 나타난다.

전화 고객응대 상담사는 계약 특성상 대부분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나, 간호사와 같은 감정노동 직업군 노조에서는 폭언·욕설에 대한 처벌 조항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5일 경기도에서 열린 감정노동자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지난 25일 경기도에서 열린 감정노동자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경기도 제공]

현행 제도에서는 피해 발생 후 치료 등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등이 없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법의 적용 범위가 원청 직접 고용 직원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계약직으로 법의 범위를 증가시키려는 방안도 등장했다.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 관계자는 “권리 보장센터가 더 효과적으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행 민간위탁 방식에서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설립된다면 큰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