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수치' 빠진 정부 연금개혁안…'국회'로 공 넘어가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등 구체적인 모수(숫자) 개혁 방안이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국민연금 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도 개혁의 구체안을 내놓지 못한 만큼, 연금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구체적인 인상률 등 모수(숫자)를 담지 않아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날 심의를 거친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친 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이에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정부 개혁안은 보장성 강화보다는 '재정 안정'에 무게를 뒀다.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보장성 관련 지표인 소득대체율과 관련해서는 "조정 검토"라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썼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받은 뒤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는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개혁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종합운영계획은 보험료가 얼마나 높아져야 한다는 식의 목표 수치는 직접 제시하지 않으면서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종합운영계획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과 비교하면 소득대체율은 유사하지만,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이어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한다"고 적었다.

구체적으로는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며 "급격한 인구변화를 감안한 적정 보험료율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위원장)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반면 보장성과 관련한 명목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층노후소득보장 틀 속에서 구조개혁 논의와 연계해 계속 검토한다"며 조심스럽게 기술했다.

특히 "명목소득대체율 상향 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적기도 했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놓고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이 맞서왔는데, 보고서는 두 가지 중 재정안정론에 방점을 뒀다.

'더 받는' 개혁보다 '더 내는' 개혁에 무게가 쏠린 것이다.

복지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해 특정 개혁안을 내놓지 않은 것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 연금개혁 특위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 국회와 함께 공론화를 통해 구체적인 수준을 결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공을 국회에 넘겼다.

정부는 청년세대의 연금 재정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해 '지급보장 명문화'를 추진한다.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관련 법률에 명시하는 방식이다.

기초연금과 관련해서는 기준 지급액을 30만원에서 국정과제에서 명시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각에서는 금액을 올리면서 현재 노인 소득 하위 70%(목표수급률)인 대상자를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번 보고서에 대상 축소와 관련한 얘기는 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