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에서 2.8%로 0.2%p 하향하며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부채 수준과 고금리, 중국의 저성장 진입 가능성 등이 추가적인 하방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IEP는 14일 '2024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가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 3.0%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다른 기관 전망치와 비교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7%)보다는 높고 국제통화기금(IMF·2.9%)보다는 낮다.
KIEP는 올해 성장률을 2.6%에서 3.0%로 0.4%포인트 올려 잡았다. KIEP의 전망대로라면 세계경제의 성장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3.0%, 내년 2.8%로 점차 둔화하는 흐름이다.
KIEP는 내년에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고금리와 높은 부채 수준으로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미국은 1.5% 성장할 것으로 봤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2.4%)보다 0.9%포인트 낮은 것이다.
견고한 고용시장에 따른 소비 지출의 영향이 이어지더라도 고금리에 대한 부담으로 올해보다 낮은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이번 미국 전망치는 종전 예상(1.0%)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KIEP는 올해 미국의 전망치도 1.2%에서 2.4%로 올렸다.
이시욱 KIEP 원장은 "미국 경기가 고금리 상태에서 고용 사정의 여건이라든지 실업률 그리고 소비가 둔화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수치로 보면 여전히 견조하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에 대한 고금리의 영향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U의 내년 성장률은 1.1%로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물가 상승세가 점차 하락하겠지만, 성장의 약세 기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은 고용 및 소득 환경 개선 등으로 내수 위주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종전과 같은 1.0%로 예상했다.
KIEP는 주요 신흥국의 내년 성장률도 종전보다 대부분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4.5%로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부동산 리스크 장기화, 경제 주체들의 심리 위축,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KIEP는 중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경로에 진입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세계 경제의 주요 하방 요인으로 지목했다.
부동산 부문의 부진, 인구 고령화, 생산성 저하, 양극화 심화 등 구조적인 문제들에 성장률이 3∼5%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생산과 교역으로 밀접히 얽힌 인근 아시아 국가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도는 6.2%, 러시아는 1.0%, 브라질은 1.4%로 각각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0.2%포인트, 0.4%포인트 각각 낮아졌다.
KIEP는 높은 부채와 고금리,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 등 지정학적 충돌도 하방 요인으로 짚었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 부채는 2019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9%에서 2020년 258%까지 늘어난 뒤 지난해 238%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KIEP의 분석이다.
KIEP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재정 지출이 늘었고 이렇게 당겨쓴 여력이 고금리 시대에 제약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부채 수준은 고금리와 맞물려 상환 부담을 키우고 투자·소비 등의 악재가 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우 실물경제로의 충격은 아직 미미하지만, 향후 주변국으로 확산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조치 등을 취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