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횡령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지역농협, 이를 관리하는 농협중앙회 역시 모른채 지나가 내부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 지적되고 있다.
최근 지역농협 말단 직원이 6년간 8억5천만원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여주시의 한 지역농협에서 쌀 포장지 생산 업무를 담당해 왔다. 이 직원은 2017년부터 거래처와 동료 직원을 이용하는 등 범행을 이어왔다. 해당 직원은 거래처를 통해 서류를 꾸며 올해 3월까지 119차례에 걸쳐 5억457만원을 빼돌렸다.
이 직원은 포장지 재료를 구매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돈을 보냈고 이후 거래처에 "정산을 잘못했다. 돈을 돌려 달라"라고 하며 지인 명의의 계좌로 해당 돈을 돌려받는 수법을 섰다. 이런식으로 119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렸다.
제조경비를 부풀리기도 했다. 일부 포장지 판매 내역을 매출기표에 적지 않고 3억4천749만원을 횡령했다. 동료 직원을 범행에 이용하기도 했다. 동료 급여계좌에 연차수당(392만원)을 입금받은 뒤 연월차 정정을 이유로 들며 다시 출금해 이를 지인 계좌로 입금한 위 다시 자신의 계좌로 옮겼다. 보통 수법을 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해당 직원은 주식 투자에 실패에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이런 상황 속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범행 자금으로 개인 사치품을 사기도 했고, 암호 화폐에 투자도 했다.
올해 6월 또 다른 지역농협에서 지점 직원이 약 1억원을 빼돌린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지역농협 지점 직원이 지난 3월부터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있는 현금을 조금씩 빼내 주식 거래에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농협중앙회 자체 감사 결과, 해당 직원은 ATM에서 돈을 조금씩 빼냈고 전산 조작을 했다. 농협중앙회는 해당 횡령 사건을 파악한 뒤 형사 고발과 함께 해당 지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 금천구에 있는 다른 지역농협 지점에서도 직원이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출납 업무를 맡아오던 직원이 보유한 현금 가운데 2억3천여만원을 횡령한 사건이었다. 해당 직원은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금고에서 여러 차례 돈을 빼낸 뒤 모두 온라인 스포츠 도박에 썼다.
해당 지점은 현금의 30% 이상이 사라졌다는걸 이 직원이 경찰에 자수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보유 현금과 장부상 금액이 일치하는지 매일 확인하는 시재 검사의 허술함이 드러난 사건이다.
작년 2월에는 거제 장목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수년간 억대의 납품 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지역 농협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상부 기관에 신고하거나 경찰 고발을 하지 않았다.
해당 농협은 대금을 부풀리고 지인 계좌로 돌려받는 흔히 쓰는 방식을 썼다. 2021년 5월부터 15개월 동안 두 직원이 횡령한 금액은 확인된 것만 1억3천여만원이었다. 고객은 부풀려진 금액만큼 물품을 비싸게 사야 했다. 이들 직원은 납품 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 거래 단절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업체들은 농협 직원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줘야 하는 구조를 이용한 것이다.
작년 9월 비리에 가담했던 한 직원의 신고로 농협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사국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경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내부 징계도 없었다. 횡령 사실이 적발된 직원은 명예퇴직했고 1억원이 넘는 퇴직금까지 받아갔다. 이 농협에서는 최근 4년간 또 다른 직원의 횡령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 조합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농협에서는 올해만이 아니라 작년에도 횡령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대표적 사건만 봐도 올해 사건 금액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파주 지역 농협에서 회계장부를 관리하던 직원이 76억원을 빼돌려 코인 투자 등에 탕진했다. 해당 직원은 5년간 물품 구매 대금을 빼돌렸다.
경기 광주 지역 농협에서는 자금출납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50억원을 횡령해 구속되기도 했다. 경남 창녕 지역 농협 간부급 직원은 내부 전산시스템을 조작해 고객 돈 9천800만원 상당을 횡령했고 경남 진주 지역 농협에서는 과장급 직원이 2년여에 걸쳐 농민 돈 5천800여만원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중앙농협 구의역 지점 직원은 고객 명의로 4천500만원을 몰래 대출받아 횡령하기도 했다.
횡령 사건이 지역농협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농협은행에서 최근 7년간 발생한 횡령 사고는 17건이었다. 올해에만 2건이 발생했다. 횡령 금액은 총 31억원에 달한다. 미회수액은 8억9천500만원으로, 횡령 금액의 28.9%에 달한다.
사고 유형은 각종 시재금 횡령이 58.8%(10건)로 가장 많았고 고객 예금 횡령이 11.8%(2건)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가족 명의를 이용해 25억4천500만원의 대출금을 횡령한 4급 직원이 적발 돼 징계해직되기도 했다.
농협은행에서의 사고 금액은 2017년 1천900만원, 2018년 1억4쳔100만원, 2020년 1억5천800만원, 2021년에는 25억6천500만원이나 됐다. 2022년에는 2억원이었다.
지난 23일 횡령 사고 관련 대책에 대한 재경일보의 질문에 농협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준법 쪽에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과 중앙회가 따로 있다"며 "지역조합 같은 경우는 은행에서 관리를 하지 않는다. ATM 사고를 얘기하는데 이건 지역농협에도 똑같이 있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농협 임직원 횡령과 배임 사건은 245건, 피해액은 6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농협 직원 횡령 사건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농협 지역 조합의 상황이 제각각이고 관리·감독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농협에는 농민이 조합원으로 속해 있고 개인 조합원도 있고 법인 조합원도 있다. 농민들이 조합을 만든다. 1천개가 넘는 조합이 농협중앙회를 꾸리고 있다. 중앙회 산하에 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이 있는 것이다. 많은 조합이 있으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단일화된 내부통제 방안 마련이 쉽지 않고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감독이 언급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