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30일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시장 불안도 여전해 금리를 올리기가 어렵고, 가계부채·물가 잠재 위험과 미국과의 최대폭(2.0%p) 금리차 등 때문에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의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줄어든 만큼, 전문가들은 한국은행도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 내년 하반기께 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3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한은이 예상한 올해 1.4% 경제 성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은이 굳이 가계대출만을 명분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키고 부동산 PF 등 금융시장 뇌관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도 우려와 달리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 덕에 국제 유가가 히락세인 만큼 물가 여건도 나쁘지 않고, 최근 원/달러 환율 역시 안정적이라는 점도 동결의 근거로 거론됐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고물가·고금리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투자가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이처럼 경기와 자금시장 등이 아직 불안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물가 하락 기조가 이어지고, 소비 경기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부진하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의 득실을 따졌을 때 물가 안정이라는 득보다 경기 침체라는 실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 폭 축소 등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가 크게 줄어든 점도 한은이 느끼는 인상 압박을 덜어줬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으로 추가 긴축 경계감이 약해졌고, 내수 부진과 부동산 PF 등 금융불안 우려 탓에 한은의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역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조사를 보면 미국의 12월과 내년 1월 금리 인상 확률이 '0'으로 나온다"며 "그만큼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확신한다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릴 이유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결국 6명의 전문가는 모두 한은의 금리 인상은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료됐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2%포인트(p)에 이르는 한국·미국 간 금리 격차와 가계부채 증가 문제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정 소장은 "그나마 지금 2%p 차이에서도 환율 등이 안정됐으니 다행인데, 지금 우리가 금리를 먼저 낮추면 결국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지고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방아쇠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내년에 2%대 중반까지 낮아지더라도 아직 목표 수준(2%)보다는 높기 때문에 금리 인하 명분으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도 "물가가 아직 완전히 잡혔다고 보기 어렵고,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걱정도 큰 데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p에 이르는 만큼 연준보다 한은이 먼저 기준금리를 낮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아직 3%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6개월 연속 월평균 5조7천억원씩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며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