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도쿄 일렉트론은 중국에 저사양 칩 제조장비 판매를 확대하며 중국 수출 규제의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7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도쿄 일렉트론은 중국용 규제 준수 제품에 집중하는 동시에 다른 주요 시장의 첨단 고객과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을 헤쳐나가고 있다.
투자자 관계 책임자인 준코 타카기는 이번 주 수도 도쿄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 전시회 부수적인 인터뷰에서 "물론 일본과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라고 말했다.
타카기 책임자는 도쿄 일렉트론이 3분기 매출의 43%를 중국에서 올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24%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라며 저급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요가 정말 컸다고 덧붙였다.
도쿄 일렉트론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업계 선두주자인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에 칩 제조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이 23가지 첨단 칩 제조 기술 수출 규제를 확대한 이후 7월부터 중국으로의 일부 선적은 수출 통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일본이 미국과 네덜란드와 보조를 맞추면서 주요 칩 장비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ASML도 중국에 최신 반도체 기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 조치로 인해 더 많은 중국 기업이 제한 대상이 아닌 구형 기술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 결과 도쿄 일렉트론에 대한 주문이 증가했다.
한편, 도쿄 일렉트론은 기술 전문성을 활용하여 미국, 대만, 유럽 및 일본의 첨단 고객과 함께 연구를 가속화했다.
또한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식각 채널에 대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미국의 경쟁사인 램리서치(Lam Research)와 경쟁하며 5억 달러 규모의 식각 채널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일렉트론의 회복력은 다른 일본 기업들이 미중 긴장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전략 자문 회사인 인티그레이티드 인사이츠(Integrated Insights)의 회장인 크리스토퍼 토마스는 세미콘 재팬의 지정학 세션에서 "일본 업계 리더들은 글로벌 공급망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개의 공급망으로 갈라져 분열되고 있다고 압도적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마스 회장에 따르면 약 100명의 일본 반도체 경영진 중 40%는 미국 시장에만 집중하겠다고 답했고, 60%는 세계가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면 미국과 중국 시장에 노력을 분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주요 기술 파트너인 미국의 지속적인 기술 리더십에 대한 낙관론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