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카메라 및 프린터 제조사 기업인 캐논은 '스탬프(stamp·압인)' 방식의 저가형 반도체 제조장비를 이르면 올해 안에 출하할 계획이라고 28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보도했다.
캐논의 도전은 서방 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접근을 규제하고 칩 제조 기계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캐논의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라피' 기술이 성공한다면 일본 제조업체들이 지난 30년 동안 한국, 대만,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중국 경쟁업체들에게 빼앗긴 우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FT는 평가했다.
10월 중순에 처음 공개된 캐논의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는 15년 이상 개발되어 왔지만 이제야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로, 빛을 이용해 에칭하는 대신 실리콘 웨이퍼에 칩 디자인을 찍어내는 방식이다.
새로운 리소그래피 장비의 개발을 총괄한 캐논의 산업 그룹 책임자 타케이시 히로아키는 "올해 또는 내년에 출하를 시작하고 싶고, 시장이 뜨거울 때 출시하고 싶다"라며 "이 기술은 최첨단 칩을 간단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매우 독특한 기술이다"라고 설명했다.
캐논은 이 공정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ASML의 시장을 지배하는 빛 기반 극자외선(EUV) 기술보다 한 자릿수 더 저렴하고 최대 90%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과 같은 제조업체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고도로 정교한 EUV 기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그룹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ASML 기업이 만든 이 장비는 제조 공정에서 가장 비싼 부품으로 대당 가격이 1억 5천만 달러가 넘고 배송 기간이 길어 캐논이 이 부분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타케이시 히로아키 책임자는 "우리의 목표는 EUV로부터 점유율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나노임프린트 기술이 EUV 및 다른 기술과 공존하며 업계의 전반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캐논은 더 복잡한 마이크로프로세서보다는 3D 낸드 메모리 칩에 우선 초점을 맞춰 틈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이 기술이 미칠 영향에 대해 회의적이다.
리서치 회사 라디오 프리 모바일 설립자 리처드 윈저는 "이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나노임프린트 기술이 우수한 기술이었다면 지금쯤 이미 시장에 대량으로 출시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캐논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더 높은 수준의 소형화를 달성하는 데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회로 폭의 경우 5나노미터(10억 분의 1미터) 노드에서 시작하여 2나노미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타케이시는 나노 임프린트 장비의 잠재적 수율(결함이 없고 고객에게 배송 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는 칩의 생산 비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분석가들은 EUV와 경쟁하려면 90%에 근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케이시는 "결함 위험과 관련해서는 우리 기술이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기존 칩 제조 공정이 EUV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첫 번째 납품은 테스트 기간 동안 이루어질 것이며, 캐논은 새로운 장비를 기존 제조 공장에 통합하는 노력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설득해야 한다.
캐논은 레이아웃을 크게 변경할 필요는 없지만 청소 기계와 마스크 생산용 장비와 같은 일부 추가 장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의 한 가지 희망은 캐논이 중국에 기계를 판매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는데, ASML은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더 이상 첨단 도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고안된 일본의 자체 수출 통제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더 광범위하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캐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케이시는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 기계를 개발할 때 제재 위험을 얼마나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라며 "위험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