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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노후장비 판매 중단

반도체 업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위반할 것을 우려해 중고 칩 제조 장비 판매를 중단했다.

12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구형 장비를 중고 시장에 내놓는 대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들 반도체 업체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장비가 잘못된 손에 넘어갈 수 있고 이로 인해 미국 정부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칩 제조업체들은 중국이 고성능 반도체와 첨단 칩 제조 장비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늦추기 위해 미국이 수출 통제를 시행한 후인 2022년부터 구형 장비를 보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기반을 둔 중고 거래업자는 "일부 중국 바이어들이 러시아에 공구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칩 제조업체들은) 이에 대한 미국 측의 반발을 두려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휴대폰 제조업체 화웨이와 칩 제조업체인 SMIC가 첨단 칩을 선보인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 규제를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두 회사 모두 미국의 무역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이 한 세대 칩에서 다음 세대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장비의 빠른 회전율로 인해 중고 반도체 장비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했다.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중고 장비를 패키지로 묶어 딜러에게 판매하고 딜러는 경매에 내놓는다.

반도체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중고 장비의 가장 큰 수요자는 중국이라고 FT는 평가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가전제품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구세대 반도체를 생간하기 때문이라고 FT는 말했다.

일본의 한 중고 장비 판매업체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및 인공지능 시스템용 첨단 칩 생산업체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장비는 중국 시설에 개조되어 재설치될 수 있으며, 주로 미국의 통제가 적용되지 않는 첨단이 아닌 반도체 생산에 사용된다고 한다.

이 판매업자는 그러나 로직 및 메모리 칩에 트랜지스터를 인쇄하는 데 사용되는 리소그래피 장비와 같은 10년 된 중고 기계도 수리를 마친다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와 러시아 제재 위반을 단속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상무부는 러시아 관련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홍콩과 중국 본토에 있는 17개 기업에 부과된 제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자 일부 장비를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웨이퍼 그라인더에서 식각기에 이르는 미국산 장비는 여전히 판매를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드와니 AI 및 첨단 기술 센터의 그레고리 앨런(Gregory Allen) 이사는 "한국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장비가 SMIC나 YMTC처럼 제재를 받는 중국 팹에 들어간다면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논평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나 두 회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비축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와 러시아 제재와 관련이 있다고 확인했다고 FT는 말했다.

삼성과 SK는 중국에서 자체 메모리 칩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생산 능력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두 회사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중국 시설을 유지 및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미국 칩 제조 도구를 중국으로 보낼 수 있는 무기한 면제를 받았다.

칩 제조업체들은 또한 미국이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하면 덜 정교한 도구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에서 중고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 SK하이닉스 공장의 한 고위 관리자는 "미국이 중국으로의 장비 반출 허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중고 재고를 매각하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있는 또 다른 고위 간부는 "판매, 보관, 폐기 등 선택의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수백, 수천 대의 장비를 합치면 수백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보관을 선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