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醫政)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화의 장이 쉽사리 열리지 않는 동안 현장의 의료 공백은 계속돼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메워온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에 이어 사흘째 단축 진료를 이어간다.
'빅5' 병원들도 휘청거리면서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집단행동의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고 제안했다.
1일 대국민 담화에서도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을 비롯한 의사단체들에 대화를 촉구했다.
공을 넘겨받은 의료계는 아직 뚜렷한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국민 담화 직후 정부가 2천명 증원을 철회하지 않고는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거부한 바 있다.
전날 대통령실 발표에 앞서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을 호소한 것이 의대 교수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줄지도 주목된다.
이러한 가운데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이날로 사흘째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한다.
경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외래 진료를 줄이겠다며 전날부터 병원 측에 일정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부 진료과의 경우 예정된 외래 진료 일정이 미뤄졌고, 당분간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접수가 어렵게 됐다.
강원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4일까지 내과 의국에 마련된 사직서함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내원 환자 수가 줄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한 병원들이 직원 무급 휴가 등으로 조치에 나선 가운데 '빅5' 병원들도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김영태 원장 명의로 교직원들에게 "우리 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부득이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연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이어 '빅5' 병원 가운데 세 번째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아직 비상경영을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서울성모병원은 비상경영 체제 돌입과 그에 따른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에 따르면 개원의들도 '준법 진료'라는 이름으로 주 40시간 근무 방침을 고수한다.
다만, 개원의들의 진료 축소 참여율이 낮아 평상시와 별다른 차이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진료 축소가 의무가 아닌 권고이기 때문인 데다, 따로 현황을 집계하고 있지도 않다.
의정 갈등의 중심에 선 전공의들이 대통령의 호소에도 여전히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막내 전공의'가 될 인턴들은 임용 등록을 망설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인턴 임용 대상은 3천68명으로, 복지부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서면으로 점검한 결과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현재 2천697명이 임용 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날 0시까지 임용 등록을 받은 가운데 전날 오후까지도 인턴들은 임용을 등록하지 않았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던 인턴 49명이 등록하지 않았고, 인하대병원에서도 인턴 임용대상자 43명 가운데 1명만 등록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 병원 인턴 54명도 임용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고, 울산대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었던 인턴 32명과 레지던트 37명도 전날 오전 현재까지 등록하지 않았다.
이번에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은 인턴들은 올해 상반기에 인턴 수련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