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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줄어드는 우유 소비, 유가공품 주목하는 기업

최근 가축 사료와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우유 가격이 높아지면서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제품 판매 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공유 판매를 촉진하고 국산 제품의 신뢰성을 홍보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이에 최근 유제품 업계의 현황과 소비자의 구매 위축 원인, 향후 대책 등의 방안을 정리해 보았다.

▲ 우유 가격 상승, 소비량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 모든 유제품의 원료인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제품 가격이 뛰어올랐고, 우유의 소비량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통계청의 지난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의 물가지수는 118.13으로 나타나며 2022년보다 9.9%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가공하지 않은 흰 우유만의 가격이며, 치즈나 아이스크림 등 가공유를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은 10% 이상 올라갔다.

특히 지난해 전체 물가 상승률이 3.6%인 것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가격 인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우유 [연합뉴스 제공]
우유 [연합뉴스 제공]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를 통해 낙농가와 유업계의 합의로 결정되는데, 지난해 음용 원유 가격이 리터당 88원 수준으로 대폭 늘어나며 1084원이 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가격을 대부분 동결하거나 21원에서 49원 수준으로 적은 수준의 인상을 적용한 것에 비해 이번 인상은 더 큰 폭으로 이루어졌다.

낙농가는 전년 대비 사료비가 20% 증가했으며, 자가노동비도 4.9% 증가하면서 젖소 한 마리당 순수익이 약 90만 원 정도 줄어들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우유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해 우유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지난 2001년 36.5kg에서 2020년 31.5kg으로 줄어들었다.

감소 이유로는 우유·분유 등의 주 소비층인 영유아의 출생 감소가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치즈와 버터 등 가공유 판매는 되려 늘어났는데, 2001년 62.9kg이던 1인당 유가공품 소비량은 2022년 86.1kg까지 치솟았다.

다만 유가공품의 경우 국내산보다 저렴한 수입 우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국산 우유 소비량은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국내 우유 업체 실적 추이

이처럼 국산 우유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유가공업체들은 높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우유 업체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해 창사 처음으로 연간 매출 2조 원을 넘었다.

서울우유의 유가공 공장 전경 [서울우유 제공]
서울우유의 유가공 공장 전경 [서울우유 제공]

줄어드는 흰 우유·분유 대신 유가공품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서울우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1000억 원과 550억 원으로, 전년보다 6.6%의 매출성장과 16.2%의 영업이익 상승을 나타냈다.

서울우유의 매출 비중은 여전히 흰 우유가 50%를 차지할 정도로 높지만, 유가공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점차 흰 우유의 위상은 줄어드는 분위기이다.

한편 과거 서울우유에 이어 유업계 2위를 지키던 남양유업은 최근 경영 상황이 불안한 분위기이다.

지난 2020년 영업손실 76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남양유업은 매출도 1조 원 안팎에서 머물며 계속 700억 원대의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경영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다양성으로, 주요 상품이던 분유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또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주장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2010년대부터 유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한 매일유업은 2017년 지주사 체제에서 분할 설립된 이후 1조 원 매출을 넘어서며 매년 5%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분유 수요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단백질 보충제와 음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9년 83%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던 우유와 분유 사업은 지난해 61.4%까지 떨어졌고, 매일유업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조 8156억 원, 영업이익 762억 원을 기록했다.

▲ 우유 사업 저조, 포트폴리오 다각화하는 기업들

우유 시장이 줄어들면서 대형 3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도 위기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경상북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유가공업체였던 영남우유가 2012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 최종 폐업하는 사건이 있엇다.

또 국내 유업 순위 6위였던 푸르밀도 지난 2018년부터 적자가 이어지며 사업이 위태로워졌고, 소유주이던 범롯데가는 푸르밀을 LG생활건강에 매각하려 했으나 2022년 9월 무산된 바 있다.

이에 2022년 10월 폐업을 결정했으나 대리점주와 노조 등의 반발로 인해 임직원 30%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이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기존 마트와 편의점 PB상품을 위탁생산하던 납품사업은 크게 위축되었으며 현재는 GS25와 CU,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만 입점해있다.

이러한 우유 사업 위축 문제에 국내 업체는 사업 다각화 전략을 세우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특히 서울우유는 우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고, 새로운 협업 유가공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우유와 MOU를 체결한 그릭요거트 전문기업 요즘 [서울우유 제공]
지난달 서울우유와 MOU를 체결한 그릭요거트 전문기업 요즘 [서울우유 제공]

또 지난 2021년부터는 디저트 개발 부서를 조직하여 국산 우유를 활용한 디저트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일반 유제품 생산을 위한 우유 납품가보다 가공유의 납품가격이 비교적 낮은 것에 초점을 두고 아이스크림과 미니피자, 베이커리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하는 분위기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가격 인상으로 제조 비용이 상승했으나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생크림과 연유 등의 제품 가격은 동결하여 판매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최근 정통 그릭요거트 전문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은 이후 트렌드에 맞는 공동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