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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은 올해 2조원 규모 벤처투자 추진, 유니콘 기업 육성과제는?

지난해 12월 KDB산업은행이 벤처투자 조직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면서 기존 스케일업금융실과 벤처기술금융실을 폐지하고 벤처투자 1·2실로 변경한 바 있다.

당시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구별 방법을 산업별로 구분하기 위해 구조를 개편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이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었다.

이에 구조 개편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올해 산업은행 벤처투자 계획과 향후 발전 방안 등을 정리해 보았다.

▲ 유니콘 기업 육성 과제, 올해 진척도는?

산업은행에서 새로 등장한 벤처투자 1·2실은 산업별로 벤처기업을 전담 케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벤처투자 1실이 바이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벤처기업을 담당한다면, 벤처투자 2실은 ICT(정보통신)과 플랫폼 개발 기업을 담당하는 식이다.

기존에 벤처기술금융실이 창업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기업 가치가 3000억 원이 넘어가면 후기 스타트업이 되어 스케일업금융실이 관리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당시 지원 축소 우려가 나타났던 이유는 스케일업금융실이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 육성을 전담했기 때문인데, 해당 부서가 없어지면서 지원 축소 우려가 나왔었다.

스케일업금융실은 지난 2019년 말 설립돼 2020년부터 매년 약 5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산업은행은 우려와는 다르게 유망 벤처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KDB산업은행 제공]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KDB산업은행 제공]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투자 유치를 돕는 기업설명회도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했고, 올해 벤처투자에 최대 2조 원을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인 1조 7000억 원보다 약 20%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산업은행은 현재 벤처펀드와 사모펀드(PEF)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간접투자와 벤처·스타트업 지분을 인수하는 직접투자 방식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간접투자에만 약 1조 2000억 원을 자금을 투입했으며 직접투자 금액은 5000억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은행이 향후 매년 2회 개최할 스타트업 해외 IR 행사 ‘글로벌라운드’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보조 정책으로, 올해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와 하반기 일본 도쿄에서의 행사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조직을 개편한 것도 산업 분야별로 더 적합한 전문인력을 배치해 투자 역량을 더욱 높이는 취지라고 밝혔다.

아울러 간접투자를 위한 조직은 변경하지 않고 기존보다 확대했다.

신설된 정책펀드금융실은 산업은행 자체자금을 활용한 출자 사업을 진행하고, 기존의 간접투자금융실은 정부 재정을 활용한 펀드 출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 유니콘 기업의 필요성

현재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약 770여 곳이 존재하는데,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기업 가치가 높은 특별한 기업을 가리킨다.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많은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몸집을 불리는 길을 택하기에, 비상장이면서 기업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단기간에 성장했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상장하지 않은 기업은 공식적인 기업 가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기업 가치를 추정치로만 예상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인해 유니콘 기업은 단순한 수익성을 넘어 혁신적인 기술적 자산을 보유했는지를 통해 판별하는 경우가 많다.

즉 유니콘 기업 육성 프로젝트는 곧 첨단 신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연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산업은행과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오는 6월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박람회인 ‘넥스트 라이즈 2024’를 개최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해당 행사는 올해 6회째를 맞이하며, 산업은행 이외에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한다.

행사에 참여해 부스를 운영할 스타트업은 약 450여 곳이고, 이외에도 스타트업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글로벌 대기업·중견기업 약 150여 곳의 관계자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람회의 주요한 목표가 유니콘 기업 육성인 만큼, 산업은행은 AI·첨단 반도체·미래 모빌리티 등의 핵심 기술의 특별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벤처 생태계의 경계와 간극을 줄이는 것이 목표로, 모두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수행해 상호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생태계란 투자 대상이 되는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사 및 M&A 시장, 이를 모두 둘러싼 지원제도 및 정책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 유니콘 기업 배양하는 벤처 생태계 선순환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가장 단순한 양적 형식의 벤처 생태계는 정부에서 벤처기업에 활발히 투자해 국가 발전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신용보증기금 사옥 전경 [신용보증기금 제공]
신용보증기금 사옥 전경 [신용보증기금 제공]

여기서 더 나아가면 민간 대기업이나 연기금 등이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벤처기업이 성장하면 얻어지는 수익으로 다시 다른 투자를 추진하게 된다.

이렇게 벤처투자를 위해 세워진 기업이 벤처캐피털(VC)이며, 최근에는 다양한 기관에서 직접적인 벤처기업 투자 외에 투자 전문인 VC를 지원하는 간접지원 형식의 벤처기업 육성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대표적인 간접투자 사례로는 지난 1월 신용보증기금이 VC의 활발한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한 ‘VC펀드출자금 보증’ 상품이 있다.

이는 최근 일시적인 유동성 리스크나 투자시장 위축 등으로 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는 VC를 대신해 신용보증기금이 펀드에 보증을 서는 시스템이다.

벤처기업은 그 특성상 실패의 리스크를 보유하고 있는데, 유동성 불일치 등 투자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펀드가 잘 모이지 않거나 은행에서 출자금 대출 승인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때 신용보증기금이 출자금 대출에 보증을 서면서 자금 마련을 더 수월히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기존에는 보증연계투자를 통해 직접적인 투자만을 집행했으나, 이번 출자금 보증은 벤처 투자 방법을 다양화하는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단순히 공공기관으로써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투자를 보조하며 벤처투자 시너지를 일으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