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나은행이 고인의 유산 상속과 관련된 절차를 보조하는 정리 서비스를 출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유산과 관련된 절차는 대부분 정부에서 주관하거나 상조와 같은 장례 절차 기업 등에서 보조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은행이 유산 상속 절차에 직접 나서는 것은 국내 최초다.
이에 기존의 정부 원스톱 시스템과 민간 서비스 등과 비교하며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 등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 유산정리 시스템이란?
하나은행이 지난 18일 출시한 유산정리시스템 ‘하나 시니어 라운지’는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등장했다.
유산을 상속하는 것과 더불어 은행의 강점인 자산관리·증여·상속·기부·연금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산정리서비스는 유언장 작성부터 상속 재산 분할 등에 특화되어 있기에 생전 자산관리부터 유언장 보관, 상속집행, 유산정리를 돕게 된다.
또 상속 자체 과정 외에 상속 이후 증여 컨설팅이나 유언장 없이 상속을 맞게 된 상속인들을 위한 유산정리 서비스 등도 있다.
한편 하나은행은 이러한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위해 여러 기관과 협력할 방침인데, 대표적으로는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 신탁 전문은행 ‘스미트러스트’가 있다.
국내에서도 법률적 절차를 위한 법무법인, 세무법인 등이 협력 대상이며, 여기에 종합병원 등을 더해 상속과 관련된 다양한 전문기관과 손을 잡았다.
하나은행은 고령화 사회 진행과 더불어 개인 가구 증가 등 가족 구조의 다변화로 원활한 자산 승계를 원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서비스 개발 이유로 꼽았다.
▲ 기존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한편 정부는 상속인이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피상속인의 금융거래·토지·건축물·자동차 등의 내역을 통합해 문자나 온라인 등으로 제공하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상속인이 고인의 경제활동을 일일이 추적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상속세를 제때 내지 않아 가산세가 발생하는 상황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회결과는 대략 7일에서 20일 이내로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사망신고 이전에 주로 신청한다.
특히 이번 달부터는 서비스를 보다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망신고 이후 서비스를 신청할 때 구비해야 했던 가족관계증명서를 필요 서류에서 제외했다.
이는 공공서비스 구비서류 제로화 정책으로, 상속 등 절차가 복잡하거나 서류가 많이 필요한 서비스를 간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또 다른 상속 시스템으로는 상속신탁제가 있다.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이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신탁회사에 유산을 미리 맡기기로 정하고, 사후 일정 기간 신탁회사가 재산을 관리하며 수익금을 유가족에게 배분하는 방식의 제도이다.
유언장으로도 재산의 분배를 결정할 수 있으나, 분쟁의 여지가 있거나 피상속인 자신의 의사가 더 크게 반영되기를 바랄 때 주로 사용된다.
다만 신탁회사에 맡길 때는 수수료가 발생하기에 대중적인 유언 집행과는 거리가 있는 분위기이다.
반면 하나은행의 이번 유산정리 시스템은 생전 상속·증여 컨설팅부터 사후 상속인의 유산 관리 보조까지 더 넓은 범위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유산의 분배 계획부터 상속집행 이후 자산의 관리까지 상속의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구축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속인·피상속인 가릴 것 없이 상속과 유산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 증가하는 상속 분쟁, 시스템 개선 방안이 있다면?
지난해 법원이 출간한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법원에서 접수된 상속 관련 비송사건은 총 5만 1626건이었다.
이는 전체 가사 비송 중 55.6%를 차지했으며, 2013년의 3만 5003건과 비교할 때 약 47% 상승한 수치이다.
비송은 정식 소송은 아니지만, 가정사와 같은 민감한 사건에서 법원의 처분을 받는 사례를 뜻한다.
분쟁의 원인으로는 주로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자산 규모 증가를 꼽지만, 한편으로는 상속 시스템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유언 방법은 자필 유언장을 포함해 유언장 공증·비밀 유언장·녹음 등 총 5가지인데,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해 유언을 준비해 놓을 때 자필 유언장 외에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자필 유언장의 경우는 스스로 보관해야 하기에 유언장의 진위를 가리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이 한계로 여겨진다.
또 공증인을 세우는 유언장 작성의 경우 수수료로 기본 21500원과 함께 재산의 0.15%를 지불하기에 재산이 많을수록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최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나 기관이 유언장을 대신 관리하는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유언장을 작성하면 정부가 약 4만 원 남짓의 수수료를 받고 대신 유언장을 보관하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국내에 있는 유언장 공증과 비교했을 때 수수료가 큰 차이를 보인다.
한편 유산 상속을 위한 기업형 서비스로는 유언대용신탁이 있다.
재산의 운용을 은행이나 전문기관에 맡기는 신탁은 주로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을 일정 기간 회사가 관리하면서 수익금을 유가족에게 분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유언대용신탁은 생전부터 미리 재산을 맡기는 방식으로, 생전에는 수익금을 본인이 수령하다 사망 이후 유가족에게 수익금을 전달하게 된다.
유언대용신탁은 국내에서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 운영 중이지만 인지도가 낮아 활용률이 비교적 작은 편이다.
지난 2022년 국내 총 상속·증여 재산 금액은 약 188조 4200억 원에 이르지만, 유언대용신탁의 규모는 2022년 약 2조 원에서 지난해 약 3조 원으로 머물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귀금속 조각투자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등 하나은행 신탁만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제는 스마트 시니어,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고령층 고객의 니즈를 신속하게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