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밀키트를 비롯한 즉석조리식품, 일명 ‘델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와 함께 대형마트도 즉석조리식품 코너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특히 이랜드에서는 다양성을 갖춘 ‘애슐리 월드델리’ 브랜드를 런칭했다.
기존의 즉석조리식품은 저렴함과 간편함이 가장 큰 경쟁력이었으나, 이랜드는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기반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즉석조리식품의 트렌드와 향후 산업 변화 가능성을 정리했다.
▲ 이랜드 '마트 안의 뷔페' 애슐리 월드델리 런칭
이랜드가 ‘마트 안의 뷔페’를 콘셉트로 23일 출시한 애슐리 월드델리 코너는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 퀸즈’의 음식을 모티브로 상품화했다.
특히 모든 메뉴의 가격을 3990원으로 일원화했는데, 레스토랑에서 인기 음식이었던 모둠초밥, 감태 롤, 시그니처 통살 치킨, 해산물 파에야, 떠먹는 망고, 티라미수 등을 판매해 고급화와 가격 경쟁력을 모두 붙잡는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는 저가와 고급화 전략의 동시 추진이 가능한 이유로 식자재 산지 직송과 외식 메뉴 개발력 등 그룹 내 노하우 결합으로 인한 시너지를 꼽았다.
이를 통해 지난달 시범 운영했던 이랜드의 대형마트 킴스클럽 강서점에서는 하루 평균 4000여 개의 즉석조리식품이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한편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이랜드만의 독자 상품은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가격만으로는 온라인 업체와 경쟁이 어렵기에 트렌드에 맞는 특별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해 재방문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델리 상품의 경쟁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국내 최대의 대형마트 브랜드인 이마트에서도 코로나 이전 매출 순위 10위 권 밖이었던 델리 상품은 지난해 매출 순위 2위까지 치솟았다.
대형마트가 원재료 조달부터 조리까지 직접 담당하면서 최저가를 유지하는 방식이 고물가 시대와 겹치며 시너지를 낸 것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전체 델리 판매량도 370%에 달하는 성장을 보이고, 월드델리 시범 사업도 170%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 즉석조리식품 전성시대, 소비자 사로잡는 HMR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며 높아진 식비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은 가정에서의 식사 빈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외식이 가져다주던 편리함은 여전히 크기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의 일종인 가정간편식(HMR)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CJ제일제당과 대상과 같은 식품업계는 HMR 상품을 앞다투어 출시했으며, 특히나 조리가 복잡하거나 많은 수고가 들어가는 국물 요리나 찜 등의 상품에서는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는 분위기이다.
국내 시장 통계 조사 기관 ‘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국·탕·찌개는 소매점에서 2022년보다 약 23.4%의 매출이 상승하며 총 323억 원을 기록헀다.
점유율은 대상의 식료품 브랜드 ‘청정원’이 100억 원의 지분을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CJ제일제당의 ‘비비고’와 LF푸드 ‘하코야’가 추격하고 있다.
일반 HMR의 경우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급격하게 성장한 이후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는 반면, 냉동 국·탕·찌개류는 여전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HMR은 조리의 간편성을 위해 냉장 보관하거나 냉동 보관 시에도 해동 후 조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물류는 냉동해도 끓는 물에 봉지째 넣는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어 여전히 인기가 있다.
앞선 지표에서 국물류 상품이 23.4% 성장하는 동안 전체 즉석조리식품 매출은 약 6.5% 하락하면서 더 큰 대비를 보였다.
HMR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최근에는 특급 호텔과 같은 프리미엄 사업 중심에 있는 업체도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호텔 체인 ‘조선호텔’은 지난 24일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선호텔 총각김치’와 같은 HMR 상품을 판매했다.
조선호텔에서 김치 판매와 같은 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지만, 올해 1분기 HMR 매출리 전년 동기보다 약 83%의 매출 상승을 이루어내면서 갈비탕 등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즉석조리식품 향후 트렌드는?
처음 등장할 당시 저렴한 가격과 간편한 조리법으로 인기를 끌었던 즉석조리식품은 이번 이랜드의 애슐리 월드델리와 같이 최근 차별화·고급화 전략으로 뱡향을 전환하는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장기간 국가적인 봉쇄가 이루어졌던 중국에서는 즉석조리·간편식품 시장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더 강하게 보인다.
지난해 10월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는 지난 2022년 약 110조 원 규모였던 간편 식품 시장은 2026년에는 약 18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를 얻으며 간편 식품의 홍보도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이커머스가 합쳐진 개념으로, 온라인에서 인플루언서를 통해 서로 소통하며 쇼핑을 하는 일종의 인터넷 홈쇼핑 문화를 뜻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중국 라이브커머스 기업 레이블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인플루언서의 내한 라이브커머스 프로그램 ‘브랜드 위크 인 코리아’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레이블코퍼레이션은 한국 간편 식품과 화장품 등의 판매로 누적 1000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국산 간편 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식 즉석조리식품의 다양성을 넓히기 위해 여러 신메뉴들이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이랜드에서는 26일 누적 판매량 400만 개를 돌파한 애슐리 퀸즈의 통살치킨을 모티브로 냉동 치킨 신제품 2종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메뉴는 슈퍼크런치와 스윗치즈 맛으로 나뉘며, 모두 약간 매콤한 한국식 밑간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이랜드는 해당 제품에 장기간 냉동 보관 시에도 바삭한 식감이 유지되는 제조 기술을 적용했으며, 최근 기술 특허 출원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제품 제조사인 이랜드팜푸드 관계자는 “특허 출원한 제조법은 전문점 수준의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첨단 기술”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1월부터 HMR 및 간편식 R&D 전담 부서를 새로 출범해 운영하고 있으며, 즉석조리식품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